[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시장에 58개월 만에 신규 일괄신고서 발행사가 등장했다. ‘BBB+’ 등급의 KG캐피탈(옛 케이카캐피탈)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계열사 등 비우량 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비우량 회사채 공급이 사실상 멈춤 상황에서 BBB급 여전사가 상시 공모채 발행 체제에 들어가면서 위축된 하이일드 시장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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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G캐피탈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무보증사채 일괄신고서를 제출했다. 발행예정금액은 500억원이다. 효력이 발생하는 이달 30일부터 오는 2027년 10월 29일까지 1년간 필요할 때마다 공모채를 찍을 수 있다. 지난 1일 케이카캐피탈에서 KG캐피탈로 사명을 바꾸고 KG그룹 편입 절차를 마친 이후 첫 자본시장 행보다.
일괄신고제는 향후 1년간 발행할 물량을 미리 신고해 두고 기간 안에서 일괄신고추가서류만 제출하면 발행할 수 있는 제도다. 일괄신고 발행은 주관사가 사전에 기관 수요를 확인해 금리와 물량을 정한 뒤 곧바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공개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회차마다 수요예측을 거쳐야 하는 개별 공모와 달리 시장 상황에 맞춰 발행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달 타이밍이 중요한 여전사들이 주로 활용한다. 여전채 시장에서 일괄신고 발행사가 추가된 건 58개월 만이다.
여전채 시장에서 일괄신고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발행 편의를 넘어선다. 기관 수요를 미리 확인해 발행한다는 점에서는 사모채와 비슷하지만 공모채 지위를 유지한다. 따라서 공모채만 편입할 수 있는 기관까지 투자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일괄신고 물량을 정기적으로 편입하는 기관투자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KG캐피탈의 일괄신고가 BBB급 공모채 공급이 사실상 멈춘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소규모 물량이 수시로 나오는 여전채 특성상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하이일드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BBB급 공모채 공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신청에 이어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비우량 등급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BBB급 공모 회사채 발행액은 665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110억원) 대비 61.1%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공모 회사채 발행액이 34.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BBB급의 감소 폭이 훨씬 가파르다. 전체 발행액에서 BBB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1.5%로 낮아졌다.
하반기 들어서는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7월과 8월 BBB급 발행액은 각각 400억원과 200억원에 그쳤고 9월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BBB급 공모채 발행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KG캐피탈의 일괄신고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우량 발행사들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에서도 신용도가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에 있다는 점이다. KG캐피탈은 2018년 11월 설립 이후 2023년 5월 첫 신용등급 BBB를 받았고 지난해 6월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긍정적’ 전망은 중기 내 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2월 한국신용평가가 등급을 BBB+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4월 한국기업평가도 BBB+로 등급을 올렸다. BBB+는 하이일드펀드와 크레딧 펀드 등이 편입하는 BBB급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이다.
공모시장 진입도 단계적으로 밟아 왔다. KG캐피탈은 지난해 9월 첫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300억원 모집에 4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1.5년물은 희망금리밴드(4.40~5.00%) 최하단인 4.40%에 모집액을 채웠고 최종 발행 규모는 39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4월에는 BBB+로 등급이 오른 직후 수요예측에 나서 160억원의 주문을 받고 150억원을 발행했다. 금리는 희망밴드(4.10~4.70%) 상단인 4.7%로 정해졌다. 5월 발행으로 일괄신고 요건인 ‘최근 1년 내 같은 종류 증권 공모 실적’도 갖췄다.
다만 수요예측 없이 발행하는 만큼 BBB+ 물량이 기관 수요로 꾸준히 소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전 수요 확인을 거쳐야 물량이 정해지는 구조여서 비우량 등급일수록 꾸준히 받아줄 투자자 저변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KG캐피탈 관계자는 “BBB+로의 등급 상향과 이번 일괄신고가 맞물리면서 투자자 기반 확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괄신고를 기반으로 시장 상황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기관투자자 접점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