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정부가 100조원대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운용 계획 설계 초기에 한국투자공사(KIC)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예산처가 대규모 자금을 위탁할 경우 KIC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재정경제부와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막대한 재정자금의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주도권 문제가 걸림돌이 된 셈이다.
100조 맡기려다 무산…운영위원회 참여권이 걸림돌2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 운용체계 설계 초기 100조원대 여유자금을 KIC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가 KIC의 의사결정 권한 배분 문제에 난색을 보이면서 해당 방안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KIC 역시 기획예찬처의 위탁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핵심은 KIC 운영위원회 참여권에 있었다. 한국투자공사법 제10조와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1조원 이상 자산을 위탁한 기관의 장은 KIC 운영위원회 위원이 된다. 운영위원회는 투자정책과 자산운용 방향, 예산·결산 등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기획예산처가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을 KIC에 대규모로 위탁할 경우 운영위원회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구조다. 재정경제부 입장에서는 기존에 관여해온 KIC의 의사결정 과정에 기획예산처가 새롭게 참여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웠던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을 KIC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운영위원회 참여권 문제로 복잡해질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KIC 쪽에서도 부담스러워하면서 결국 위탁구상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국부펀드엔 5000억 출자…100조 운용방식은 여전히 미정정부가 마련한 2027년도 미래대응기금 규모는 총 162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04조4000억원이 향후 지출에 대비해 운용할 여유자금으로 편성됐다. 별도로 KIC 내에 조성하는 한국형 국부펀드(전략투자계정) 5000억원을 출자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다만 이는 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출자금으로,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을 KIC에 위탁해 운용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KIC에 일부 사업자금을 출자하면서도 정작 대규모 여유자금의 운용방식은 별도로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예산처는 현재 별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전문기관을 선정하거나 기존 연기금투자풀을 활용하는 방안을 비교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기금의 수익성과 안전성, 지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운용방식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존 공적 운용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이 부처 간 이해관계 때문에 배제됐다면 운용 효율성과 비용을 충분히 따졌느냐는 점이다. 대규모 여유자금을 맡길 기관에 따라 위탁수수료와 위험관리체계, 감독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기금의 운용 목적보다 부처 간 권한 배분이 앞선 것은 아닌지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및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을) KIC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