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이 182조원 감소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국정감사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은 국민연금이 주식 매도를 유예하면서 고점에서 팔아 손실을 줄일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평가액 감소를 실제 확정된 운용 손실로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국민연금도 매도한 자금을 다른 자산에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맞섰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유예 결정 이후 국내주식 평가액이 약 182조원 감소했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운용 판단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백 의원은 “유예를 안 했으면 고점에서 팔아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며 매도 유예가 결과적으로 국민 노후자금에 불리한 결정이 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내주식을 매도했더라도 확보한 자금을 채권이나 해외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해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올 상반기 내내 국내주식이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다”며 당시 국내채권 수익률은 -3%, 해외주식은 10%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국내주식을 고점에 매도했다고 가정하기보다 대체 투자에 따른 수익률까지 비교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182조원을 실제 손실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182조원은 평가 시점에 따른 주가 총액의 차이로, 실현된 운용 손실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주식 상황이 계속 변동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매도 유예의 근거로 제시된 시장 충격 추정치도 문제를 삼았다. 백 의원은 김 이사장이 지난 14일 국감에서 기존 운용 규칙대로라면 하루 8000억원 이상을 매도해야 해 코스피 거래대금의 10%를 넘는 물량이 시장에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한 점을 지적했다.
백 의원은 “1월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27조원이다. 8000억원은 3%”라며 “10%가 되려면 하루 거래대금이 8조원이어야 하는데 그런 날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매도 규모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예까지 결정한 것은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8000억원과 전체 거래대금의 10%는 기존 규칙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그 후 코스피 규모가 더 확대됐기 때문에 실제 비중은 더 낮아졌다는 게 맞다”고 답했다.
시장 안정과 기금 수익률 사이의 운용 원칙도 쟁점이 됐다. 백 의원은 복지부가 매도 유예의 이유로 시장 충격 완화를 제시한 점을 거론하며 기금 수익률보다 증시 안정을 우선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게 기금의 안전성이나 수익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백 의원은 지난 20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주식 평가액 감소 문제가 별도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개별 주식의 매매보다 주요 운용 원칙을 판단하는 기구라며 회의 때마다 기금운용 동향을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예 결정 당시 시장 불확실성이 컸고 6개월가량 상황을 지켜보며 운용 규칙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세했다며 기금운용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