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국내 3대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예약금 명목으로 받은 선수금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이 무안국제공항 사고 이후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노선 감편에 나선 것이 선수금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둔화와 더불어 안전성 논란으로 인한 브랜드 신뢰도 하락까지 겹치면서 중장기적 외형 축소 우려도 제기된다.
 |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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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등 국내 3대 LCC의 선수금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6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6952억원 대비 10.4% 감소했다. 항공사의 선수금 중 대부분은 고객이 항공권 예약 시 미리 결제한 매표대가수금이 포함된다. 즉 선수금이 감소한 만큼 항공사의 예약률이 감소한 셈이다.
선수금은 항공사가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계약 부채로 인식되지만 항공권 사용 이후에는 수익으로 전환된다.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항공사는 선수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3대 LCC의 선수금 규모가 줄어든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항공의 부침 영향이 크다. 실제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대 LCC 중 유일하게 선수금 규모가 감소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선수금 규모가 소폭 늘었지만 제주항공의 감소분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주항공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선수금은 1995억원으로 전년 동기 3210억원 대비 37.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이 3대 LCC 선수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2%에서 32%로 14.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선수금 규모는 각각 1996억원, 223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5%, 23.4% 증가했다. 전체 선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진에어가 27.7%에서 32%로 4.3%p 상승했고, 티웨이항공이 26.1%에서 35.9%로 9.8%p 올랐다. 대명소노그룹에 편입된 티웨이항공이 제주항공이 주춤한 사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예약률을 크게 끌어올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선수금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운항편수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 이후 항공기 안전성 강화 차원에서 운항편수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예약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운항량을 감축해 운항 안정성과 정시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사고 이후 제주항공의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여전한 점도 예약률에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제주항공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안전성 부문에서 최저 등급인 F(매우 불량)을 받았다. 항공 서비스 평가 결과 안전성에서 F를 받은 사례는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문제는 선수금 감소가 향후 제주항공의 외형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LCC업계 1위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맞물려 구조적인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신규 항공기를 구매 도입하면서 신규 노선 취항과 기존 노선 증편 등을 통해 공급석을 확대해 노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