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현대글로비스(086280)가 맏형 격인 현대차(005380)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발맞춰 본격적인 현지 투자에 나선다. 현대차의 생산기지 구축에 맞춰 사우디 현지 법인을 설립해 물류망을 구축하는 한편, 스마트물류 등 중동 지역에서의 신규 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 왼쪽부터 박원균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상무와 아흐메드 알리 알수베이 HMMME 이사회 의장,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부총재,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문병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 대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열린 현대차 공장 착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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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글로비스는 사우디에 중동지역 사업을 총괄할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정식 출범을 목표로 법인 설립 절차는 대부분 마무리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임원과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사우디 법인에서 근무할 CFO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사우디에 법인을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우디에 진출하는 현대자동차의 생산 거점에 맞춰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내년 4분기부터 사우디에서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기 위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함께 합작법인 ‘HMMME’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 공장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23년 사우디 공장 건설을 위해 5억 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해당 공장의 원활한 생산을 지원할 물류망 구축과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사우디가 연간 80만대 이상의 완성차가 판매되는 중동 최대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의 외형확대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현지 생산에 맞춘 물류 지원 외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사우디 진출에는 자체적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사우디의 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사업에 스마트물류 솔루션을 앞세워 진출을 모색한 바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추진 중인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80조원)에 달하는 ‘비전 2030’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사우디의 재정적자 문제로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중동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시티는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래 도시로 사우디 정부는 이를 통해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설립하는 법인이 중동지역 스마트물류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존의 해상·육상 운송 중심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류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운영과 플랫폼 기반의 사업 모델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차가 오는 2026년부터 사우디에서 완성차 생산을 앞두면서 현대글로비스도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직접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