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SK이터닉스(475150)가 태양광 사업을 위해 공동투자한 솔라닉스1호에 대한 장기대여금 일부를 지분법손실로 처리했다. 솔라닉스1호의 재무악화로 지분법상 장부금액이 제로 이하로 떨어지자 순투자에 포함된 장기대여금에 대해서도 추가 지분법손실을 인식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 둔화와 맞물려 SK이터닉스가 솔라닉스1호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 가능성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SK이터닉스가 투자한 솔라파크 부여 북고 1호 전경.(사진=SK이터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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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터닉스가 솔라닉스1호에 대해 손상차손 처리한 장기대여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0억원이다. SK이터닉스가 솔라닉스1호에 빌려준 장기대여금은 총 131억원이다.
SK이터닉스는 지난해 3월 SK디앤디(SK D&D) 사업부의 인적분할을 거쳐 신규 출범했다. 솔라닉스1호는 SK이터닉스와 펀드와 함께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SK그룹의 덩치를 고려하면 20억원의 손상차손 규모는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SK이터닉스만 놓고 봤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솔라닉스1호와의 PF약정에 따른 자금보충의무까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프로젝트의 손실이 누적될 경우 SK이터닉스의 수익구조와 유동성에 구조적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이터닉스는 솔라닉스1호에 단순 지분투자(19%)를 넘어서 장기대여금까지 제공한 상태다. 이는 단기적 투자수익을 기대한 재무적 참여를 넘어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 안정성을 일정 수준 책임지려는 성격의 자금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직접적인 지배력은 없지만 장기대여금 제공이 해당 법인의 운영 유지를 위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여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SK이터닉스는 단순 손실을 넘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 SK이터닉스는 지난해 솔라닉스 1호에 솔라파크 부여 북고 1호 등 763억원 규모 46건의 유형자산을 양도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는 자산양도 6건과 지위 이전 41건 등이다. 자산양도분은 126억원, 지위이전분은 638억원 등으로 자산총액 6545억원 대비 11.7%에 해당한다. SK이터닉스가 단순 투자를 넘어 프로젝트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재무적 책임을 분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SK이터닉스는 솔라닉스1호에 단순 지분투자와 대여금 제공뿐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약정에 따라 자금보충의무까지 부담하고 있다. 총 908억 원 규모의 PF 대출에 대해 사업비 초과나 원리금 상환 부족 시 후순위 대출 등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는 만큼 손실 위험이 장기화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솔라닉스1호에 대한 지속된 손실은 SK이터닉스의 재무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SK이터닉스는 전반적인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차입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실제 SK이터닉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2256억원으로 전년 말 2176억원 대비 3.7% 늘었다. 순차입금은 기업의 실질적 차입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수치다. 이에 따른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92.8%로 적정 수준인 30%를 3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차입금은 2759억원으로 전년 말 284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현금성자산이 같은 기간 666억원에서 503억원으로 24.5% 줄며 순차입금 부담을 키웠다. 유동비율 역시 87.3%에 그쳐 단기 유동성에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는 점에서 자금보충 약정이 현실화할 경우 SK이터닉스의 유동성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편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5~3.0기가와트(GW)가 설치됐다. 올해도 2.5GW 내외가 설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