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국내 벤처캐피털(VC) 생태계에서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이 줄어든 이후 한동안 초기 기업 투자에 집중됐던 흐름이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 회복과 맞물리면서 후기 단계로 재편되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 가능성만으로 투자를 유치하던 시기가 지나고 실적과 존속 기간, IPO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한 투자 기조가 본격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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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벤처투자(KVIC)가 최근 집계한 국내 VC 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VC들의 투자 비중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를 기록한 지난해 10월과 견줬을 때 6%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분기별 수치를 따져봐도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소는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초기 단계 투자 비중은 평균 14.9%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 2023년 같은 기간 27.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년 전만 해도 VC 투자에서 초기 기업이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소외 구간으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IPO 시장 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증가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VC 투자 비중은 44.1%로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는 유사한 수준이지만, 2023년 3분기 대비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IPO 시장 회복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확실한 기업에 빠르게 투자하고 회수하자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봐도 ‘확실한 산업’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ICT 서비스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가 쏠렸고, 바이오·의료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기술적 기반과 시장성을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시장 침체로 기다려온 포트폴리오사가 쌓여있다”며 “시장이 열린 만큼, 회수에 박차를 가하면서 초기 투자보다 혁신 산업 내 중~후기 단계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는 확실한 산업 및 기업 중심의 선별 투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로는 리스크 분산형 투자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확실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적 흐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내한한 글로벌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핵심 기준”이라며 “일정 수준의 매출과 트랜잭션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은 투자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 스타트업 중에서도 어느 정도 버티는 기간을 가진 곳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