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 대체투자가 자금 집행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 시장의 경쟁 심화와 기존 집행된 투자 건들의 상환이 이어지면서다. 특히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장기 공석 탓에 의사결정 과정마저 늦어지면서 적극적인 자금집행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연금의 최근 6개월간 대체투자 순집행금액은 5008억원으로 집계됐다. 애초 대체투자 월간 자금 운용계획은 2조2225억원이었으나 실제로 집행된 것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시장 참여 증가에 따른 자금 경쟁 심화와 밸류에이션 상승에 따른 기대 수익률 하락 등으로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금 집행 부진이 누적되고 있고 기존 투자건의 상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자금을 집행하기보다 상환되는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1조원의 자금을 집행하기로 한 기간에 1조원이 상환됐다면 국민연금은 상환 규모를 고려해 총 2조원의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
이러한 지지부진한 투자로 인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허용범위도 이탈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0.7%를 기록, 장기적 운용 목표를 제시하는 전략적자산배분(SAA) 비중 대비 단기적 시장대응에 해당하는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범위 하단을 0.26%포인트(p) 하향이탈했다. 즉 국민연금의 장기적 비중은 13.3%인데 실제로는 10.7%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단기적인 허용범위(+1.2~-2.2%p)도 넘어섰단 얘기다. 4월 말 기준으로는 허용범위 하단 이탈 규모가 0.27%p로 더욱 확대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적극적인 자금집행을 통한 허용범위 이탈 해소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CIO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대체투자 의사결정을 적기에 내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CIO 자리는 작년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물러난 뒤 1년 가까이 비워둔 상태다. 한 연기금 CIO는 “대체투자 허용범위 이탈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목표치의 5분의 1 수준은 저조한 편”이라며 “대체투자는 단일 투자 규모가 커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상환속도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국민연금 CIO 공석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대체투자위원회가 있는데 위원장은 CIO가 맡는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사결정 때문이라기보다 대체투자 시장을 고려한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