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대체투자 시장이 입을 벌리고 있는다고 원하는 걸 떠먹여 주지 않는다. 적극적인 투자 집행을 통해 좋은 투자를 따와야지 투자 비중을 단순히 조절한다고 해서 투자 부진을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내놓은 대체투자 집행 부진 해소 방안에 대해 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대체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의 부재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가 개점휴업인 상태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는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데다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대체투자를 과감히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있어서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시에는 직무대행이 이를 떠안아야 하기에 대부분 투자를 미루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투자 집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집행률이 5%에 불과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5년 단위로 세운 장기 포트폴리오(전략적자산배분·SAA)에도 차질이 생겼다. 실제 올해 1~6월 국민연금이 집행한 대체투자 금액은 1251억원이며 애초 국민연금이 계획했던 2조4772억원에 2조3521억원이나 모자란다. 이렇듯 단기적인 목표치(전술적자산배분·TAA)를 채우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에 구멍이 생기자 장기 목표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지난 5월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을 보면 2023년 말에 목표한 대체투자 비중은 15% 안팎이며 2019년 말 대체투자 목표치는 12.7%다. 현재 전체 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 수준인데 이를 13.6%까지 끌어 올려야 국민연금이 세운 장기적인 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 적어도 11.4%까지는 높여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장기적인 목표치의 최소 허용범위(기준인 13.6% 대비 2.2%포인트 하향) 이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향 이탈 정도도 지난해 말 0.05%포인트에서 올 6월 0.50%포인트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집행 부진 해소 방안으로 △대체투자 SAA 비중 산식 변경 △대체투자 SAA 리밸런싱 △대체투자 SAA 자동 리밸런싱 도입 등을 내세웠다. 요약하면 산식을 바꾸고 대체투자 장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부진을 막겠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측은 “이번 해소방안이 집행 부진을 일부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가 부진하니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해 장기적인 목표를 채우겠다는 게 아니라 현 상태의 투자를 조정해 공식적인 수치만 맞추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다 보니 앞서 한 연기금 CIO가 꼼수라고까지 얘기하면서 기자에게 설명한 것이다. 심지어 다른 연기금 CIO는 알아듣지도 못할 산식과 리밸런싱을 내세워 편법을 부린다고까지 비난한다. 현 상태로는 장기 목표는 커녕 올해 계획했던 목표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결국 업계에서는 대체투자 또한 기금을 이끌어 갈 CIO가 없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책임자가 없다 보니 책잡히지 않으려 다양한 꼼수를 부린다는 것. 국민연금은 오는 21일에 CIO 인선을 위한 최종면접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2~3명의 유력후보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뿐 아니라 기금 곳곳에서 문제가 일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지난번 CIO 재공모와 같이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무책임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