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 팔겠다”는데 “계속 사겠다”는 윤석금 회장의 ○고집
등록 2018-09-03 오후 2:34:58
수정 2018-09-03 오후 2:34:58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호감도가 전혀 없는 상대가 공개 구혼을 지속적으로 해온다면, 공개 구혼을 당하는 당사자의 심정이 어떨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니 몸값이 올라간다고 마냥 좋아해야 하는 걸까. 물론 마음에 쏙 드는 상대방이 공개 구혼까지 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법적 소송까지 갈 정도로 질긴 악연에 허를 내두르며 헤어진 상대라면, 이름 석자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비단 남녀 연애사 뿐만이 아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5년전 ‘배신의 칼’을 꽂으며 헤어진 코웨이에 다시 공개구혼을 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윤 회장의 텅 빈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다. 오히려 돈도 없으면서 괜히 흰소리를 한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회장은 보란듯이 사모펀드를 ‘자금줄’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코웨이 인수 컨소시엄 결성에 합의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코웨이 인수를 위한 1700억원 규모(4200만주)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코웨이 인수를 위한 ‘총알’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대외에 알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종 열쇠는 공개구혼의 대상자인 코웨이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달려있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웅진에 팔까. 5년전 매각 과정에서 상호간의 불신은 쌓일대로 쌓인 상황이며 지금도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노총각처럼 결혼이 급해 헐값에 팔아버려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IB업계에서 M&A는 늘 비밀스럽다. 모든 관계자들은 딜이 최종 성사될 때까지 “기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진성 매수자는 절대 윤 회장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차라리 남몰래 MBK파트너스를 찾아가 비밀 협상을 벌어야하는 것이다. 노총각이 ‘결혼하고 싶다’고 온동네 떠들고 다녀서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상대방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주가 띄우기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실제 스틱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보도 이후 웅진 주가는 14% 가까이 뛰었다. 되든 안 되든 코웨이를 되찾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웅진의 주가를 띄운 것이다. 반면 유상증자 소식에 웅진씽크빅 주가는 3일 급락했다.
확실치도 않은 매각 기사가 날 때마다 내부 직원과 주주들은 흔들린다. 윤 회장의 이번 공개구혼도 결실 없이 끝날 경우 애꿎은 피해는 고스란히 코웨이와 계열사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