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외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하반기 들어서면서 나아지고 있다. 극초기 단계 투자뿐 아니라 시리즈C와 D 등 후기 투자 라운드도 속속 클로징되면서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올해 하반기 유동성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내년부터는 다시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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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월 1일부터) 들어 시리즈C 이후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총 27곳이다. 초기 투자가 주로 이뤄졌던 상반기에 비하면 그 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기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일부 해외 기술 기업들의 강세와 ▲인플레이션 완화 전망 ▲VC들의 넉넉한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 등이 꼽힌다.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인플레이션 완화 전망이다.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하반기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의 절반 수준(5.1%)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코로나19발 공급망 경색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꺾일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에도 물가 상승은 여전해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전문가들 평가는 VC 업계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한 현재가 오히려 큰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보이는 현재는 ‘투자 잭팟 막차’ 시기로 여겨지기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VC들의 넉넉한 드라이파우더도 한 몫 거든다. 드라이파우더란 VC가 끌어모은 자금 중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미소진 자금’을 뜻한다. 세계 경기 둔화로 투자를 자제하면서 VC들이 실질적으로 손에 쥐게 된 현금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최근 후기 투자를 속속 진행한 한 VC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파우더는 소진해야 하는데 신규 펀드 조성은 경기 상황상 어렵다 보니 시리즈C와 D 등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더이상 영향을 받기 보다는 메가 트렌드를 따라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기 단계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유동성이 메말라 버틸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간절한 한편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투자 라운드를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VC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VC 한 심사역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잘 키워놓은 회사의 가치를 깎아가며 투자를 유치하는 상황이기에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며 “자금 조달 계획을 길게 보려는 스타트업이 많아진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스타트업들이 생각을 잘 해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신규 경쟁사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버틸 자금이 없다면 우선은 투자를 유치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