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투자 플라이휠(Flywheel, 회전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장치된 바퀴)이 더욱 빠르게 회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로벌 투자 업계의 ‘호랑이’로 통하는 타이거글로벌은 지난 2월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혁신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부쩍 높아지자, 여기에 일찍이 투자해 인센티브를 확보함과 동시 VC 업계에서의 지위를 견고히 다지겠다는 속내가 보이는 대목이다.
 | | (사진=크런치베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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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글로벌의 이러한 야망은 현실화됐다. 글로벌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 ‘크런치베이스’ 등에 따르면 올 한해(12월 21일까지) 타이거글로벌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사들은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잦은 시드 투자를 단행하는 액셀러레이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투자에 속도를 올려 올해에만 총 1500건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VC 중 가장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곳은 타이거글로벌이다. 올해에만 355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규모(69개)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 타이거글로벌은 올해 1월부터 스타트업에 자금을 쏟아 부어왔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만 해도 회사가 투자한 스타트업 수는 118개로, 전년동기대비 10배 이상 차이 나기도 했다.
투자 성격도 달라졌다. 지난해 타이거글로벌이 투자를 단행한 69개 스타트업 중 47개 회사가 신규 투자 기업인 데 반해, 올해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52% 가량이 후속 단계 투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표 투자처로는 전 세계인의 관심 속 나스닥과 뉴욕증시에 각각 상장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꼽힌다.
인사이트파트너스(245곳)와 앤드리센호로위츠(227곳), 액셀(209곳), 제네랄카탈리스트(193곳),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160곳) 등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 행보도 괄목할만 하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비전펀드를 통해 올해 인공지능(AI)과 이커머스,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160곳에 투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83% 가량이 시리즈C 이후 단계로 치우쳐 있는 만큼, 후속 단계 투자에 특히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은 소프트뱅크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중 61%(124곳)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나이지리아의 핀테크 서비스 업체 오페이와 중국 이커머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업체 왕딘통, 싱가포르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로,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 동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부상한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으로 벤처 투자 붐까지 일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이러한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