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의 연금 자산배분 기간을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장기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단기가 아닌 장기성과를 목표로 자산 배분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운용역의 보상체계를 현실화하고 비상설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준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국민연금 전체 운용 자산 중 4%에 그치고 있는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등 수익률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기재정목표 부재…日처럼 100년 대비1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발표와 함께 기금운용 발전 방향을 발표, 이 같은 의견일 제시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장기 안정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중·장기 기금운용 발전과 개선 방향에 대해 3대 전략과 9대 과제를 제시했다. 3대 전략으로 △장기재정안정 및 자산배분 △지배구조 및 성과평가 △자산군별 발전 방안을 대주제로 선정했다.
우선 위원회는 국민연금이 구체적인 장기재정 목표 없이 운용되고 있어 제도와 기금의 괴리가 발생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 목표를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제도, 기금, 재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전략을 통해 적립기금을 분석한 결과 미래 세대일수록 비용 측면에서 이전 세대보다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부과 방식의 특성상 세대간 형평성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즉 젊은 세대일수록 기금을 내는 부담은 커지고 받는 효과는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위원회가 3차 추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100년간 현금흐름을 추정한 결과 제도와 기금, 재정이 부담을 동시에 나눠서 분담하는 경우 현실적인 수준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일본 공적연금(GPIF)과 같은 초장기 시계(100년)에 대한 장기재정검증을 위한 재정 목표를 빠르게 수립할 필요가 있으며 공적연금의 적립금 운용이 장기재정목표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관리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는 연금의 장기 자산 배분인 전략적 자산배분(SAA)이 5년에 불과해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기금운용의 장기적인 성과평가의 기준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기 자산배분 프로세스 개선도 과제로 꼽았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 직제 개편과 국민연금 운용역 보상체계 실효성 제고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가 지원 사무국 없이 안건을 처리하다 보니 운영에 한계가 따르고 있어서다.
먼저 복지부 연금정책국과 연금재정과에 기금위, 실무평가위원회 및 산하 3개 전문위(투자정책·의결권행사·성과평가보상)에 대한 상시적 사무국 책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위한 법률이 재·개정되고 시행될 때까지 과도기적 조치로 연금정책국과 연금재정과를 5년 전후로 장기 근무하도록 조직을 개편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또 기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금위 준 상설화와 안건 제출권, 위원의 충실의무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위원회가 비상설기구인 데다 위원은 안건제안권이 없고,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하고 상정한 안건에 한해 회의 당일 참석으로 수동적 안건 심의·의결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전주 이전으로 인한 인력 이탈을 막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보상체계 실효성 제고가 꼽혔다. 벤치마크 대비 초과 성과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주는 현행 보상 체계를 개편해 글로벌 수준의 성과보상체계를 도입하고 조직성과를 비롯해 절대 성과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임투자·의결권 행사 개선…“해외채권 늘려 수익률 제고”자산군별 발전 방안에서는 책임투자와 의결권 행사 개선이 과제로 꼽혔다. 책임투자는 장기투자 수익률을 높이는데 유효한 전략으로 최근 10년 동안 선진국 연기금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2006년부터 위탁 운용의 형태로 사회책임투자 유형을 도입했으나 아직은 세부적인 정책 및 지침이 없고 스타일상의 차별성 없이 수익률만 강조되고 있다.
더구나 책임투자 유형에 대한 관리와 운용이 비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위원회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와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와 주주관여 전략을 적절히 수행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고 자산보유자(Asset owner), 자산운용사(Asset manager), 의결권 자문사 등 서비스 제공기관(Service provider) 등의 삼각 공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원회는 의결권 행사 개선 방안도 내놨다. 이는 국민연금이 삼성전자(9.67%)와 현대자동차(8.44%), SK(9.20%) 등 기업집단 주력회사의 지분이 지배주주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부의 대상에 대한 사전 확정, 의결권 전문위 독립성 강화, 의안 분석 충실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 인수·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구체화 및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의 보완이 제안됐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 간 합병과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전문위 위원들에게 충분한 사전 자료를 제공하고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대한 정부 추천권 축소, 전문위 위원들의 영리를 동반한 겸직 금지, 이해 상충 행위 금지 등도 안으로 나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위탁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경우 이해관계 등으로 공정한 의결권 행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보완책을 강조했다.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위임장 대결과 같은 적극적인 범위의 주주권 행사 조기 도입 필요성에 대한 검토도 제안했다.
한편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 해외 채권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안도 나왔다. 현재 국내 채권발행 잔액(1834조원) 가운데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8%에 달해 훗날 기금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 대규모 자산 매각으로 자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는 위험이 있어서다. 게다가 기금 내에 국내 채권 비중이 50%에 이르지만 해외 채권은 4% 수준으로 비중이 작다. 이에 안정적 소득 흐름을 창출하는 투자대상으로 채권자산군에 대한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면 국내 채권에 대한 비중을 축소시키고 해외채권 비중을 높여서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 | ▲자료:복지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