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미국에 보험들라? 박근혜 주장에 속 타는 한은
시장 오해 유발·상대방 자극.."좋을 게 없는데..."
美 통화스왑 상설화 이미 거부
등록 2011-09-29 오후 3:39:20
수정 2011-09-29 오후 3:39:20
[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2008년 10월 30일 새벽. 한국과 미국간 300억달러의 통화스왑계약이 전격 체결됐다. 달러-원 환율은 하루만에 1400원대에서 1200원대로 급전직하했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 가까이 폭등하는 등 통화스왑의 힘은 막강했다.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다시 한-미 통화스왑의 힘을 빌려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통화스왑 필요성을 꺼내들면서 논의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상황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통화스왑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왑 상대방인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상설화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은은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7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통화스왑은 보험과 같다, 건강할 때 보험드는 게 쉽지 않느냐, 보험료가 쌀 때 들어라`며 통화스왑 보험론을 주장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총재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통화스왑의 필요성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입장에서는 통화스왑으로 받은 원화를 마땅히 굴릴 데가 없고 금리장사하는 민간금융사도 아니기 때문에 통화스왑에 있어 우리보다는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당시에는 통화스왑을 하지 않으면 미국 국채를 매각해 달러 기근을 해소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었다. 지금은 3000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가 있고 은행 외환유동성 상황도 급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국은 이미 통화스왑 상설화에 대해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지난해 G20에서 통화스왑 상설화를 제안했지만 미국이 각국의 모럴헤저드를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스왑을 맺은 국가들 뿐 아니라 은행 등 달러 조달 주체들이 무조건 미국에 손 벌리게 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시장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왑이 사전에 많이 거론될 수록 실제 시장영향력은 작아진다"면서 "미국이 민간 보험사도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닌데 정치권이 한은을 압박한다고 해서 이득될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상대방`을 의식하며 최대한 조심스러워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통화스왑 카드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