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성우 하지나 기자] IB들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던지는 화두는 `공생(共生)`이다. ECM에서 IB의 기본자세 또한 발행사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발행사나 투자자는 손해를 보든 말든 수수료만 잘 받으면 그만이라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IB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게 IB시장의 그늘이다. 기분좋지 않는 인연이 오래갈리는 만무하다.
지난달 15~16일 영상처리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넥스트칩(092600)은 80만주 구주매출 일반공모를 실시했다. 자사주 12.1%(64만주)를 비롯, 최대주주 김경수 대표이사 1.1%(5만7658주), 장지훈 부사장 및 김동욱 전무 각각 0.9%(5만주) 등 총 15.1% 지분이었다. 모집가는 1만8550원으로 총매출액은 148억원이었다.
당시 잔액인수를 맡은 대표주관회사가
현대증권(003450)이다. 수수료 계약조건은 공모금액의 1%(1억4840만원) 기본수수료 뿐이었다. 흔히 붙는 실권수수료는 없었다. 청약미달이 발생할 리는 만무하다고 봤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률 17.7%(매출 367억원, 영업이익 65억원), 주가수익배율(PER) 10배미만의 기업가치에 할인율 15%인 모집가격은 내부적으로 투자자들의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장담했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을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청약심리가 급냉하면서 50% 가까운 실권주가 발생했다. 결국 현대증권은 41만주(7.66%) 가량을 떠안았다. 들인 자금도 76억원 어치나 됐다. 반면 이후의 현대증권의 실권주 처리방식은 `독배`를 `축배`로 돌려놓았다.
국내 증시에 대한 일본 대지진의 충격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발행사의 주가도 진정되며 지난달 18일 1만9100원(종가 기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22일 2만원대를 가뿐히 넘어섰다. 현대증권으로서는 발행사의 기업가치를 감안할 때 일정기간 실권주를 더 갖고가 보다 많은 차익을 챙길 욕심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발행사는 오는 6일 무상증자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최근 실권주를 모두 정리했다. 주식유동성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이번 넥스트입의 구주매출 일반공모의 취지를 생각해서다. 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일정량씩 나눠 장내에 내다팔았다. 주당 처분가격이 평균 2만500원이다. 구주매출 가격 대비 11% 높은 가격으로 현대증권은 8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지분을 계속 보유해도 됐지만 주식유동성 확보를 위해 구주매출에 나선 발행사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며 "이 정도의 차익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8억원 보다는 오히려 발행사의 믿음을 얻었다는 것이 더 단 열매다.
현대증권의 실권주 정리가 마무리된 지금 지난달 29일 2만50원이던 넥스트칩 주가는 이틀연속 상승세로 31일 현재 2만2600원을 기록중이다. 넥스트칩은 지난달 31일 사업보고서 제출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503억원, 영업이익 90억원, 순이익 100억원으로 변함없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