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리스가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요 선진국과의 통화스왑 계약 체결, 차입선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최근 경제상황 점검과 한국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사태에 따라 가능한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자구노력과 유로존 내 사전 대비책으로 `질서있는 그리스 채무조정`이 진행돼 유럽 재정위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경우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겠지만 유로존의 유럽금융기관 지원으로 심각한 신용경색 등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디폴트보다 질서정연한 채무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시나리오가 발생할 확률을 70%로 봤다.
두번째는 그리스가 디폴트와 유로화 탈퇴를 선언하지만, 유로존과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응으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파국까지는 안 가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유럽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고 일부 은행이 도산하는 등 금융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가 발생할 확률은 25%로 봤다.
세번째는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이후 유로존 대응이 미흡해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확산되고 유로화 해체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유럽 은행의 도산, 글로벌 신용경색, 신흥국 외환위기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5%로 낮게 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의 질서있는 채무조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에서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성장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은 재정긴축 등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고 신흥국도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환당국은 미국, 유럽중앙은행(ECB)과의 통화스왑 체결, 민간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중둥, 아시아 등으로 차입선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공조를 통해 과도한 자본유출입을 억제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대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도 환율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재점검해야 한다"며 "신용경색에 대비해 금융권과 대형 거래선의 재무 안정성을 파악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