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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자본규제를 묻다..이광주 前이사②
"시장은 고등학교 3학년생 딸 다루듯"
"자본규제? 역사 되풀이..결국 답은 시장"
등록 2010-11-03 오전 10:41:23
수정 2011-03-13 오전 10:12:05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대하듯 외환시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이광주 한국은행 전 부총재보에게 최근 외환시장과 국제시장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입장이기에 말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대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철학을 풀어놓았다.
"사춘기 딸에게 `왜 옷이 그렇냐, 눈썹은 왜 그 모양이냐` 이런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면 결국 집을 나가기 마련입니다. 절대 해선 안되는 큰 틀의 룰을 정해두고 나머지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되, 간섭으로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때문에 시장에 대한 잦은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장에 개입을 할 땐 비상시적으로, 비공개로, 단호하게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일부 세력이 교란을 일으키고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따라가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때 개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외 경우에는 환율을 시장 흐름에 맡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달러-원 환율 수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지금 환율이 (적정환율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는 나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환율이란 국가간 상대 가격을 말해주는 것이죠. 예를 들면 달러-원 환율과 미국-한국간의 물가 지표를 긴 추세로 보면 잘 들어맞습니다. 단기적으로 환율이 출렁일 수는 있겠지만 언제나 적정수준을 찾아가기 마련이고, 그 추세를 알 수 없을 때 잦은 개입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환율을 둔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일부 국가가 다른 국가의 채권을 매수해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역사는 결국 반복된다고 봅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달러 약세로 무역흑자가 났을 당시 은행들이 디레귤레이션(규제 완화)을 유도했지만 이번 금융위기 이후에는 다시 규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 최종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면 결국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지는데, 쌓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과거 러시아가 증명했습니다. 이번 금융위기때 국내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해외시장 변화에 취약한 우리나라는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 "원화 국제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결국 국제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 전 부총재보는 `신뢰`에 대해 유난히 강조했다. 그가 해외 네트워크를 쌓은 노하우도 당연한 대답 같지만 정답일 수 밖에 없는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왑 체결을 성사시켰을 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국내 인사는 다섯 명 남짓이었다는 후문이다. 눈치를 챈 일부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그는 발표전 순간까지 부인하며 보안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미 체결하기로 합의한 사안이지만 상대방과 맺은 약속은 지킨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최근 모 신흥국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당신 재산의 절반을 그 나라에 투자할 생각이 있습니까. 결국 모든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외국과 상대할 때 `겸손`의 의미를 헷갈려서는 안됩니다. 부탁하거나 요구할 사항이 있으면 당당하게 하는 한편 우리 정책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합니다."고도 말했다.
G20 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신흥국 가운데서 처음 열리는 G20 회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도 쏟아지고 있다. 표면적인 평가와 별도로 실질적인 위상 제고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이 전 부총재의 말이 어쩐지 무거운 여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