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2011년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성장은 본격적인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오름세는 만만치 않다.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달러-원 환율은 계속 하락압력을 받으며 1110원대 안착을 노리고 있다. 물가나 가계빚을 감안하면 금리를 인상해야할 판이지만, 성장 둔화나 환율 하락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게 한국은행의 고민일 듯하다.
이에 김중수 한은 총재가 취임 직전부터 지금까지 쏟아냈던 발언들을 통해 현 통화신용정책 여건에 대한 한은의 입장과 그에 따른 1월 금통위 결과를 전망해 봤다.
◇ 성장둔화-물가상승 `딜레마`1월은 물론이고 당분간 금통위나 한은의 딜레마는 둔화되고 있는 성장과 뛰고 있는 물가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 하는데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 김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중앙은행으로서 견조한 성장세의 유지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며 기준금리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물가안정에 `확고히`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성장을 앞에 뒀다.
지난해 3월17일 총재내정 직후 파리에 있던 김 총재가 이데일리와의 국제통화에서 언급한 대목은 더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당시 김 총재 내정자는 "성장도 해야하고 어느 시기가 되면 물가도 걱정해야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 땐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고,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움직이는 방향성은 대통령이 중심을 잡는 것이며 한은 총재로서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물가를 희생하고도 성장정책을 추구하라고 요구하진 않을 것 아니냐"는 단서는 달았지만, 한은의 수장으로서 그의 우선순위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아울러 최근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현 정부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총동원해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어 금리정책을 쓰는 한은의 정책 선택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9월9일 금통위에서 김 총재는 금융당국의 DTI 규제완화와 통화정책의 관계에 대해 "(통화정책을 쓰는데) 특정 정책을 염두에 두거나 하진 않지만 우리 경제 모든 여건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미시적 측면을 간과하고 거시적인 것만 볼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미시적인 물가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거시적인 통화정책을 쓰는데 주저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 가계대출 증가세 `부담`이번 금통위에서 또 하나의 고려사항은 최근 빨라지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다. 실제 김 총재는 지난달 9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총재의 인식 역시 그다지 심각하게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4월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가볍게 보진 않지만 위함한 것으로 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우리나라는 소득 4~5분위가 주택담보대출 70%를 가지고 있어 다른 나라와 다르고 대손충당금도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140%나 돼 미시적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년 8월26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자를 포함한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더 많기 때문에 가계빚 증가는 총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미시적인 문제"라며 "금융자산이 없는 사람, 최하위계층의 부채가 늘어나는 점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계대출, 또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라는 사실만으로 통화정책 수단을 강구하는데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김 총재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자산버블 징후가 없다",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내수도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환율 하락, 경제 하방위험이와 함께 최근 달러-원환율이 하단을 낮추며 1110원대 안착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환율 하락 압력이 컸던 지난해 10월14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환율 하락 압력은 경기의 상방위험(상승 요인)이라기 보다는 당연히 하방위험(하강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총재는 "최근 국제금융 상황이 절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사안(환율)에 대해 많은 금통위원들이 고민하고 고려했다"며 "(금리 동결은) 고뇌에 찬 결정이었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 시장 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1월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고 있다. 이데일리가 실시한 폴에서 15명 가운데 13명이, 금융투자협회 설문에서도 169명 중 90%에 이르는 전문가들이 동결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