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올해 물가가 고작 3.9%?"..한은은 뭘 봤나
농산물값 급락 예상..기술적 물가 하락요인도 많아
기름값 인하등 정책효과도 감안..TV수신료 인상 선반영
등록 2011-04-13 오전 10:08:27
수정 2011-04-13 오전 10:08:27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고작 3.9%라구요? 아무리 시뮬레이션해봐도 이 숫자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해가 안되네요."
1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9%에 대해 민간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며칠전 나온 국제통화기금(IMF)의 우리나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5%였다. 증권사나 민간 연구기관들의 물가 전망치도 대부분 4%를 훌쩍 넘긴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상우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IMF의 물가 전망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데, 내부적으로 판단해보니 올 1~3월 물가 데이터를 가지고 지난 2005년부터 월별 물가흐름을 역추적해 구한 숫자로 보인다"고 답했다. 실질적인 조사 분석이 미흡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어떤 요인들이 물가를 4% 아래에 머물 게 할 것으로 보고 있을까?
일단은 작년 하반기부터 물가의 최대 불안요인 중 하나였던 농축산물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4월부터 봄 작물이 본격 출하되면서 통상 5~6월 농산물 가격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다"며 "특히 올해에는 작년부터 꾸준히 올랐던 가격수준 탓에 가파르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하나는 정책효과다. 예상보다 낮은 4.7% 상승률을 보였던 지난 3월의 경우 정부의 국공립대학 등록금 인상과 각종 서비스요금 인상 억제 노력 등이 물가 상승을 일부 완화시켜줬다. 그런 움직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등록금이나 학원비, 각종 납입금, 서비스요금 등의 물가내 가중치가 높은데 이들 영역에서 일부 물가 안정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정유 3사가 최근 3개월 한시적으로 유가를 100원씩 인하했는데, 3개월간 0.2%포인트, 연간 0.05%포인트 소비자물가를 하락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기술적인 물가 안정요인도 있다. 물가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학교 납입금에 대한 국고 지원과 무상급식 등이 기술적으로 물가를 하락시킨 3월의 전례가 있다. 하반기에도 이런 요인들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실제 이런 정책효과나 기술적 물가 안정요인에 대해서는 민간 연구기관이나 IMF 등이 거의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이 가장 결정적인 전망의 차이를 낳는 것으로 설명했다.
가장 큰 물가 불안요인인 유가에 대해서도 "배럴당 90달러대 초반이던 유가가 이집트 사태 이후 중동·북아프리카 불안으로 20달러 가까이 더 뛰었다"며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이 쪽에서 어느 정도 안정화만 되면 유가도 하락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이틀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일부 리비아 정정 안정 기대도 있었지만 고유가가 경기와 원유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한 몫하고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이미 국회로 넘어간 TV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이미 하반기 물가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논의가 사실상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만큼 이를 물가 전망에 반영했다"며 "이 부분은 인상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인상률로는 워낙 커서 물가에 일정부분 부담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담뱃값 인상은 불확실성이 있어 물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실제 인상이 돼도 가중치가 별로 높지 않아 큰 물가 상승압력은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