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우리나라 실업률 집계방식으로는 잠재 실업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안인 국제노동기구(ILO) 표준설문방식을 근거로 조사할 경우 잠재실업률은 4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6일 `실업 및 잠재실업 측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실업 측정방법은 ILO 기준을 매우 기계적으로 적용해 완전실업을 측정하는 데만 유용할 뿐 다양한 노동력 상태를 체계적으로 포착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쉬었음` 인구 등 잠재실업을 측정하기 위한 보조지표들이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의 경계영역에 있는 노동력 상태를 포착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통상적 의미의 실망실업자 중 절반 이상이 누락되고, `취업준비자`와 `쉬었음` 인구도 개념화된 지표가 아니라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DI는 대안으로 ILO 표준설문방식에 근거한 설문을 제안했다. 이 방식으로 서울지역 20대 청년층 12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잠재실업은 21.2%로 파악돼 기존 방식에서의 4.8%에 비해 4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활동상태에 대한 응답자들의 주관적 인식에서 객관적 기준상 공식 실업자는 59명에 불과했지만 자신을 실업상태로 인식하고 있는 이는 251명으로 4.3배에 달했다. 이는 불완전 취업이나 잠재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이 스스로를 실업상태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아울러 설문구조를 일부 조정해 취업준비자와 `쉬었음` 인구를 보다 개념화된 지표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에서는 이들의 경제활동을 구분하기 모호했지만 대안에서는 실망실업, 한계근로자, 순수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변별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변별력은 취업예상시기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한계근로자가 순수비경제활동에 비해 취업예상기간이 체계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인구층을 한계근로자로 분리해 내는데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설문방식을 일부 조정하고 보완함으로써 개념화되고 유의미한 잠재실업지표를 작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불완전취업이나 잠재실업을 보다 정교하게 파악함으로써 괴리의 폭을 상당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