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전망이 동결로 쏠렸다가 지난주 후반부터 인상 쪽으로 기울면서 채권시장이 소란스러워졌지만 회의 15분전 회의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회의실에 있던 한은 직원도 "오늘은 많이들 안 오네요"라고 말했다. 회의장에 미리 입장한 일부 기자들이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대부분 침묵한 상태로 금통위원을 기다렸다. 언뜻 평소보다 침착한 분위기였지만 일부 사진기자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취재용 사다리를 준비해 오는 등 은근한 취재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8시55분을 넘어가자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회의장이 빽빽이 차기 시작했다. 국장들과 집행간부들도 회의장에 들어왔고 8시58분 임종룡 제1차관이 제일 먼저 입장했다. 임 차관은 여유롭게 가방을 열고 소지품을 꺼냈다. 곧이어 이주열 부총재가 들어와 휴대폰을 한 차례 확인한 후 조용히 다른 위원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9시가 가까워올 무렵 김대식 위원, 강명헌 위원, 임승태 위원, 최도성 위원이 입장했다. 김대식 위원은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임차관에게 "오랫만이야"라며 인사했고,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고,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왔네"라고 말했다. 강 위원도 "그러니깐"이라며 응수했다.
그 사이 임 차관과 임승태 위원이 재정부와 관련한 얘기를 조그맣게 나눴다. 최도성 위원은 내일 발표될 `수정경제전망`, `물가상황`, `외채동향 및 평가` 등을 분주히 꺼내들었다.
9시, 총재가 입장했다. 살짝 미소를 보이며 임차관과 악수를 한 후 곧장 자리로 향했다. 앉자마자 기자들의 요청에 의사봉을 두드렸다. 그동안 자주 보였던 피곤에 찌든 모습이 아닌 편안한 표정이었다. 카메라를 찬찬히 쳐다보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멍하게 앞을 바라보던 평소의 모습과 달리 이리저리 시선도 옮겼다.
이날 총재는 여러 차례 의사봉을 쳐야했다. 처음에는 평소의 스타일대로 조용히 치다가 두번째부터는 소리가 다소 커졌다. 9시3분을 넘어가자 한은 직원들이 기자들에게 퇴실을 요구했지만 취재는 끈질기게 계속됐다. 한 기자가 "다시 한번만 (의사봉을) 쳐달라"라고 말하자 총재는 "저요?"라고 답한 후 순순히 요구에 응해줬다.
지속되는 퇴실 요청에도 불구하고 좋은 장면을 담지 못한 일부 사진기자들의 다급한 플래시 세례는 이어졌고 5분이 넘어서야 대부분의 기자들이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