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4월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데일리는 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 1년간의 김 총재와 그가 주도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총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김중수 총재 임기 첫 해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는 대체로 엇갈린다. 한국은행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은 후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 정책의 파트너로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실물경제에 전파해주는 금융시장으로부터의 평가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사실 김 총재도 취임 초기부터 이런 시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취임 일성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 뒤로 불과 1년, 김 총재와 시장은 과거 어떤 총재 때보다도 높은 불신의 벽을 쌓고 있다.
이데일리가 김중수 총재 취임 1년을 맞아 국내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선물사 채권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폴(poll)에서 `김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을 잘 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5명 가운데 11명(44%)이 "매우 못했다"고 답했다. "못했다"는 응답자도 10명(40%)이나 돼 부정적 응답이 80%를 웃돈 셈이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명(16%)이었을 뿐 "잘했다" 또는 "매우 잘했다"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소통`이라는 단어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정도로 정의된다. 시장 참가자들의 얘기대로라면 한은 총재와 시장 사이에 뜻이 통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고 있고, 뭔가에 막혀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채권운용역은 "지난해 7월 금리 인상, 9월과 10월 동결, 올 1월 인상 등을 보면 김 총재가 던진 발언이나 시그널은 실제 정책과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시장 기대에 역행하려고 애쓴 듯 보이며 이렇다면 소통을 입에 올리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소통의 단절은 통화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이번 설문에서 25명의 응답자중 절반이 넘는 13명(52%)이 `정책 예측 가능성`에 대해 "낮았다"고 답했고, 7명(28%)은 "매우 낮았다"고 했다. 총 10명 중 8명이 통화정책을 점치기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4명(16%)은 "보통"이라고 했다.
단 1명(4%)만 "(예측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했지만, 이 응답자 역시 "항상 시장 전망과 거꾸로 가기 때문에 정반대로 예상하면 오히려 쉽다"며 시니컬한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도 처음으로 시장을 상대하는 것이고, 시장도 총재를 처음 만난 만큼 적어도 1년 정도는 서로를 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앞으로 소통의 문제는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고, 너무 깊이 패인 단절의 골은 쉽사리 메우기 어려운 법이다.
[설문조사 개요]
-일시: 2011년 3월28~29일
-방식: 전화 및 이메일
-조사대상: 25명
-금융권역별: 은행 5명, 증권사 12명, 운용사 3명, 보험사 3명, 선물사 2명
-업무별: 트레이더 14명, 애널리스트 8명, 펀드매니저 3명
-직급별: 운용본부장 2명, 부장급 4명, 팀장급 7명, 기타 1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