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있어서 환율 변동에 노출하는 전략을 지속하는 가운데 환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연기금은 수익률 제고 관점에서 외환익스포저(위험노출)를 액티브하게 운용하고 있으나 국민연금은 단순히 환을 노출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1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해외주식, 해외대체, 해외채권 등 해외투자 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0%로 잡고 있다. 환헤지는 미래 환율을 고정시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인데 이를 0%로 맞췄다는 것은 환 변동 리스크를 모두 감수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12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전체 기금자산의 변동성 축소를 위해 해외투자 전체의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0%로 변경한 바 있다. 이에 100% 헤지하던 해외채권의 비율을 2017년 50%, 2018년 0%로 단계적으로 변경했다.
해외주식·해외대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부터 헤지 비율을 점차 줄여 2014년부터 0%의 헤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도한 환헤지 비용, 환 자체의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효과 등을 고려하면 환 오픈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올해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 덕에 해외투자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올렸다. 6월 말 현재 운용수익률 7.19%를 기록했으며 부문별로 해외주식이 19.85%로 가장 높았고 해외채권에서도 9.58%의 성과를 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우려에도 글로벌 경기 부양책 기대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며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 달러기준)은 16.43%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해외주식에서 환율효과(2018년 말 1115.7원→2019년 6월 말 1154.7, 3.5% 상승)를 톡톡히 본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222.2원으로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다만 환율과 기초자산 간의 상관관계는 국가별, 자산별, 시기별로 다른 만큼 환헤지 비율 0% 등의 극단적 선택은 위험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연기금 CIO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시적인 변수보다는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환 오픈 전략이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일부 조정하는 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체투자는 즉각적인 매매가 어려운 만큼 통화간 경제적·지리적 유사성을 고려해 달러와 유럽, 이머징 등으로 통화블록별 범위를 설정해 전략적으로 통화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해외 연기금들은 수익률 제고 관점에 외환익스포저를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국민연금은 패시브한 성격으로 열어놓은 문제도 있다. 작년 기금운용 평가에서도 “국민연금의 액티브한 관리 방안 모색을 기대했으나 연구용역 결과가 원화기준 수익률을 최소화하는 패시브한 접근이 문제 없음을 검증하는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실행전략 등에 대한 세부 논의가 부족해 기금의 자산운용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 선명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환율 변동 시 수익률 방어를 위해 외환 익스포저에 대한 관리 방안(+-5%범위 내에서 외환 익스포저 규모 조정)을 마련해 놨다”며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외화유동성 관리를 위해 외화 단기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분기별 일평잔 미화 3억달러 한도 내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적 통화비중 모색, 해외투자 적정 비중 모색 등도 중요한 과제이나 이에 앞서 조직 및 인프라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기금 CIO는 “환 익스포저 관리방법에 대한 운용철학과 전략을 구축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조직과 인프라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며 “이후에나 환 관리 방안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