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향후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사례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의뢰한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를 위한 다양한 공개활동 안이 제시되면서 국민연금이 개별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1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식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특히 연구진이 제시한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별 이행방안 중 네 번째 원칙인 ‘수탁자 책임 활동(주주 활동) 이행’에서 국민연금의 공개활동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 로드맵을 보면 △공개서한 발송 △중점대상회사 지정 및 명단공개 △사외이사(감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 △의결권행사 위임장 대결 △주주대표 소송 등을 내년부터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공개활동에는 △의결권 행사, △증권 관련 손해배상소송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공개서한 발송과 함께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통상적으로 자본시장법상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 활동을 하거나 지분을 변동할 때에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도 발생하므로 이러한 주주 활동은 신중히 검토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국민연금이 비공개 주주 활동을 했으나 효과가 없어 공개활동으로 전환, 경영 참여 해당 주주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면, 단순보유에서 경영 참여로 보유목적을 변경 신고한 후 관련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대한항공의 주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자”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점대상회사 지정 및 공개는 과소배당, 과다 임원보수지급 등 국민연금이 정한 중점관리사안과 관련된 기업이 비공개 대화 후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1987년부터 매년 소수의 회사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중점대상회사 지정 및 공개 후 이들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수익률도 개선, 벤치마크 수익률이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연구진은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사외이사, 감사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나 우리나라는 지배주주 일가 또는 경영진으로부터 이들의 독립성이 약하다고 판단, 국민연금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풀을 구축하고 후보를 추천해 개선이 가능하다고 봤다. 또 이사가 법령 등을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하는 경우 주주가 회사를 위해 이사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한 소승을 제기하는 주주대표 소송도 공개활동으로 제안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공개활동을 펼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며 “연구진이 제안한 공개활동을 실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안을 만들어가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종적으로 어떠한 안이 채택될지는 모른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정대로 시행될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가 보고된 뒤 지침 개정안 작업을 통해 오는 7월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