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현대건설(000720)과 손잡고 인프라 초기 개발 단계에 투자하는 사모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다.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용 부지를 확보한 뒤 향후 인프라 사업자에게 이를 매각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펀드가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현대건설, 이지스프라이빗에쿼티(이지스PE) 등 4개 회사는 총 3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초기 개발 투자용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는 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이지스 PE가 운용할 예정이다.
해당 펀드는 주로 해양 풍력 발전소 건립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용도로 사용될 전망이다. 인프라 투자에 정통한 이지스PE가 해상 풍력 발전에 적합한 부지를 블라인드 펀드로 사들여 해당 토지에 발전소 건립 인허가를 취득한 뒤 풍력발전 사업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회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블라인드 펀드 규모는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부지 확보 및 인허가 획득에 드는 자금이 평균 2% 내외임을 감안하면 해당 블라인드 펀드로 조성될 인프라 사업 규모는 총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초기 개발 단계 투자용 펀드가 조성되는 까닭은 국내 인프라 시장에서 투자 경쟁이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프라 시장에 자본이 쏠리면서 인프라 시설의 몸값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투가 가능한 물건마저 제한됐기 때문에 투자가들로서는 대규모 투자금을 투자처를 확보하는 것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프라 건설을 위해 조성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출을 하는 방법도 있으나 고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시장에서 좋은 물건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아예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는 아이디어가 좋다”면서 “특히 새로운 펀드는 인프라 초기 개발 단계에서 조성되는 PF에 대출하는 것과는 달리 부지에 프리미엄을 수 배 얹어서 팔아 상당한 매각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수익성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KB은행, 현대건설, 이지스PE 등과 더불어 새로운 유형의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면서 “이지스PE가 보유한 인프라 투자 역량과 현대건설의 인프라 시공 자문 능력이 결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펀드를 운용할 이지스PE는 지난 2018년 국내 최고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중견 건설사와 손잡고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주로 신재생 에너지, 폐기물 업체 등 인프라 대체투자 영역에 특화돼 있다. 맥쿼리캐피탈 대표로 재직했던 도정훈 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맥쿼리캐피탈 출신들이 포진해 업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