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NH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고객확인 자료를 조작하고 검사반의 전산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등 검사를 방해해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받았다.
3일 금감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금감원 자금세탁방지실은 지난달 26일 농협은행에 기관경고 및 미등기 임원을 포함한 직원 등에게 감봉(6명), 견책(7명), 주의(2명), 자율처리필요사항 2건을 통보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업무(AML) 수시검사에 앞서 고객확인 자료를 준비하면서 거래목적·자금원천 확인이 미흡하고 국적·실제 소유자 정보 등이 부정확하게 입력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관련 부서 4개 팀 직원 22명이 고객이나 영업점 직원의 확인 없이 고객확인 내역 2만7808건을 조작·변경하고, 이를 반영한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고객명이 영문이거나 실명번호가 외국인에 해당하는 내역 1726건도 별도 검토 없이 제출 자료에서 삭제했다. 여기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고 지정한 국가와 관련된 강화된 고객확인(EDD) 의무 위반 66건이 포함됐다. 검사반이 요구한 ‘제3자를 통한 고객확인 내역’도 임의로 누락했다가 최초 제출 기한보다 약 60일 늦게 제출했다.
또 금감원의 현장 검사 착수 전 검사반이 자료 조작·누락과 업무 실태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AML 시스템 권한 제한을 완료해, 검사반이 제한된 범위에서 검사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게 했다. 검사반은 현장검사 착수 약 2주 뒤에야 요청한 메뉴의 접근 권한을 받았다.
앞선 2024년 정기검사에서도 직원 6명이 고객확인 내역 1만9527건을 고객이나 영업점 직원의 확인 없이 수정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객확인 업무 자체의 위반도 적발됐다. 농협은행은 영업점·비대면 채널·제3자를 통한 계좌 개설과 일회성 금융거래 등에서 고객확인 의무를 총 1260건 위반했다. 고위험 고객의 거래목적·자금원천이나 외국인 고객의 국적 등을 확인하지 않은 사례다.
또 고위험 고객 66명의 거래목적·자금원천 정보를 임의로 변경한 뒤 이들이 다시 금융거래를 할 때 강화된 고객확인을 이행하지 않았다.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생한 1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 30건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에 기관 개선사항 9건도 통보했다. 고액 현금거래·의심거래 보고체계, 고객확인 절차, 자금세탁 위험평가 및 독립적 감사 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고객확인 정보를 별도 승인 없이 변경할 수 있고 변경 이력도 보관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가 미흡해 관련 시스템과 절차를 보완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