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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기까지 왔나"…트럼프가 자초한 공화당 참패

이란 전쟁·기름값 급등에 경제 전략 붕괴
트럼프가 고른 후보들 부진…자금도 늑장
공화 "트럼프 탓" vs 트럼프 "폭스·후보 탓"

등록 2026-11-04 오후 5:22:17

수정 2026-11-04 오후 5:22: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민주당에 내준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이란 전쟁이 결정적 패인이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연초 세운 ‘경제 성과’ 선거 전략이 전쟁과 기름값 급등으로 무너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불안을 외면해 민심 이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플로리다주로 향하며 백악관을 나서던 중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플로리다주로 향하며 백악관을 나서던 중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AFP)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자문역, 당 관계자, 선거운동 관계자 등 1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 모두 ‘공화당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지난달 중순 사흘 동안 네 번째 유세를 하던 중 한 측근에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라고 물었다고 CNN은 전했다.

공화당은 2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포인트 넘게 이긴 지역구 여러 곳을 잃었다. 민주당 측 소식통 2명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240석 넘게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원도 캔자스·아이오와·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텃밭에서 패하며 투표 마감 몇 시간 만에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CNN은 이번 결과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약화된 채 민주당의 잇단 조사와 견제 속에 남은 2년 임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 측은 낙관적이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투표용지에 올리는’ 전략을 내놨다.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 통과, 최측근 정치 참모 제임스 블레어가 주도한 선거구 재획정을 바탕으로 경제 성과를 앞세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 전략이 공유된 지 2주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기습 공격했다. 전쟁으로 미군이 숨지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막히면서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닥쳤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찍었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약 5384원)를 넘어섰다. 지난 6월엔 휴전마저 깨졌다. 한 참모는 몇 달에 걸친 선거 준비가 “쓸모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불안을 “사기”라고 일축하고 워싱턴 건설 사업에 공을 들였다. 그 사이 지지율은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고른 상원 후보들도 발목을 잡았다. 텍사스의 켄 팩스턴,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이클 와틀리,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여동생 달린 그레이엄 등이 줄줄이 고전했다. 캔자스에선 로저 마셜 상원의원이 흔들리면서 100년 가까이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승리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은 약 4억달러(약 5384억원) 규모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자금은 몇 달 동안 묶여 있다가 선거 전 마지막 두 달에야 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유세에 나서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쟁과 고물가에 대한 유권자 우려를 달래진 못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개표 행사장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액자 사진이 놓여 있다.(사진=게티이미지/AFP)
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개표 행사장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액자 사진이 놓여 있다.(사진=게티이미지/AFP)
공화당 안에선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애리조나의 공화당 전략가 배럿 마슨은 “솔직히 탓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며 “전쟁이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선거였을 것이다. 그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폭스뉴스 진행자 숀 해니티도 이란 전쟁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랐겠느냐는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살을 남에게 돌렸다. 그는 개표 당일 밤 트루스소셜에 “폭스뉴스는 민주당 측 인사들을 끊임없이 출연시켜 이번 패배에 책임이 있다”고 썼다. 낙선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향해선 “마지막 6개월 동안 ‘RINO’(무늬만 공화당원)가 되지 않았다면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후보를 후보 자신들보다 더 잘 홍보했다”며 책임을 후보들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도 일부 원인”이라면서도 유권자들이 기름값 상승이라는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성훈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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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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