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내 자율주행 화물운송이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 사업 예산이 12월 국회를 통과하고 후속 제도가 제때 뒷받침된다면, 국내 자율주행 화물운송의 상용화는 업계 전망대로 2~3년 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 |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 심포지엄.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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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증 규모 확대·규제 완화…2029년 완전 무인화 추진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 심포지엄에서 민관 전문가들은 상용·승용차를 포괄한 국내 자율주행 상용화 수준이 미국·중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상황이나 정책과 민간의 발전 속도가 맞물리면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이 ‘2026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6)’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리다. 조상우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 사무관, 황봉하 현대자동차 상용 & LCV 사업전략팀 팀장, 임종철 라이드플럭스 전략부문장, 조광래 마스오토 이사가 참석했다. 정부는 2029년 서비스 완전 무인화, 라이드플럭스는 2028년 무인 전환, 현대차는 2030년 전후 양산형 차량의 상업운행 전환을 전망했다.
먼저 국토부는 ‘글로벌 3대 강국’ 비전 아래 규제·실증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 스쿨존 등 보호구역 운행(1월), 원본 영상정보 활용(3월), 무인 자율차 안전 운행요건(7월), 시·도지사의 시범운행지구 지정권(9월 법 개정, 12월 시행)을 잇따라 허용했다.
실증 규모도 키운다. 광주 200대로 시작한 실증도시를 내년 전국 4~5개 도시 추가, 총 3000대로 넓히고, 2027년부터 50개 노선에 무인 DRT를 도입한다. 조 사무관은 “자율주행 기업이 AI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정부도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업은 12월 확정된다.
조상우 국토부 자율주행정책과 사무관은 “자율주행 화물 운행 대수는 미·중 단일 기업의 10% 이하, 누적 운행거리는 5% 수준이지만 규제를 더 풀고 도시 단위의 실증을 확대하며 자율주행 기업이 AI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 |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 심포지엄.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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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라이드플럭스·마스오토, 비용 절감해 상용화 속도민간에서는 현대차가 그룹 역량 연계 가능성을 제시하며 2030년 전후 양산형 차량의 상업운행 전환을 전망했다. 황봉하 현대차 상용&LCV사업전략팀장은 상용 자율주행을 ‘새로운 먹거리’로 규정하며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유인에서 무인으로 전환 시 총소유비용(TCO) 기준 30~40%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량 가격과 소프트웨어 비용은 늘지만 인건비 절감과 가동률 향상이 이를 상쇄한다는 논리다. 일회성 차량 판매에서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로 수익 구조를 바꿀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의 로드맵은 3단계다. 2023년 북미에서 플러스AI와 대형트럭 개념검증(PoC)을 마쳤고, 2025년 필수 이중화(리던던시) 기술의 선행 개발을 끝냈다. 이후 △유상 운송·무인 허가를 준비하는 사업·기술 검증 △리던던시 차량 양산 공급과 무인 운행 허가·법제화를 거치는 상용화 전환 △차종·플랫폼 확대와 노선 전국 확대·도심 진입의 사업 확장 순으로 나아간다. 현대차는 이번 주 월요일 라이드플럭스, 마스오토와 국내 화물트럭 레벨4 실증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차 차량에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얹어 실제 물류 노선에서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황 팀장은 “국내에서 사업 경험을 쌓아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등 해외시장 진출도 검토할 것”고 강조했다. 북미 도로화물 시장은 6602억 달러(약 880조 원) 규모다.
라이드플럭스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상용화 사례로 꼽힌다. 올해 4월과 5월 두 노선에서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화물 유상운송 허가를 받아 7월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서울 동남권물류단지↔진천 메가허브터미널), 한진(군산항↔전주↔대전) 택배 간선에서 고객 물량을 싣고 있다. 임종철 전략부문장은 “핵심은 운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곳부터 채우는 것”이라며 “운전자가 기피하는 노선과 야간 운행부터 투입해 도입 마찰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성도 제시했다. 임 부문장은 “25톤 트럭 기준 현재 운행 조건 그대로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면 운송원가가 17% 줄고, 가동시간을 늘리면 최대 38%까지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로드맵은 2026~2027년 안전요원이 탑승한 유상운송 확대, 2028년 무인 전환, 2029~2030년 고객사가 차량을 직접 운영하고 라이드플럭스는 소프트웨어를 SaaS로 제공하는 구조다. 임 부문장은 “한 명이 여러 대를 원격 감시하는 체계로 규모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마스오토는 단가와 데이터로 승부한다. 조광래 이사는 “카메라 7개와 레이더 1개로 대당 1000만 원이면 기존 트럭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달 수 있다”며 라이다·정밀지도 방식(약 3.5억 원) 대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이어 “265대의 대형트럭에서 하루 4000시간의 주행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 누적 2000만㎞를 확보했다”며 “2028년까지 1억㎞가 목표”라고 말했다. 올 4분기에는 도심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모델 ‘마스넷 v3’를 배포하고, 내년부터는 트레일러 자율주행 확산에 나서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에서 부산항, 미국 조지아 현대차 공장까지 잇는 ‘팀 코리아’ 물류도 추진한다.
다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임 부문장은 “전국 고속도로는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지만 물류센터 인근 도심도로는 여전히 노선별 지정이 필요하다”며 “성능인증·적합성 승인제로 정식 번호판 운행이 가능해져야 전국 확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유상운송 특례의 상시 제도화와 공공 물류망 데이터 개방을 요구하며 “국내 소프트웨어 기술이 살아남지 못하면 외국 소프트웨어로 차를 맞춤 제작하는 하청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