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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재고·수요따라 가격 달라 혼란 키우는 ‘석유 최고가격제’

2차 석유 최고가격제에도 기름값 고공행진
유통 방식·재고 상황·수요편차 등에 가격 달라
정유사 정제마진 악화…손실보전 기준 모호
"유가 상승시 가격 빠르고 하락시 더딜수도"

등록 2026-03-30 오후 4:39:35

수정 2026-03-31 오전 8:33:21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가 30년 만에 휘발유·경유의 주유소 공급가에 상한선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지 2주가 지나면서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기름값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격왜곡이 심해지면서 정유업계의 손실보전 문제, 주유소 등 유통현장에서 마진갈등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수록 시장기능이 약화되는 ‘정책의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933원, 경유값은 1907.5원이다. 지난 27일 석유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사흘 연속 상승세다. 이는 전국 평균 가격(1881.09원·1873.2원)에 비해서도 30원~50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최고가격 상한 지정에도 지역·시기별로 가격이 매번 달라지는 건 정부의 가격 통제가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에 제공하는 공급가격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공급받은 전국 1만여곳의 주유소는 유통방식이나 운영비용, 지역별 수요 편차 등에 따라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통상 주유소 재고는 통상 1~2주 내 소진되기 때문에 앞선 1차 석유가격제 시행 이후엔 과거에 들여왔던 고가 재고 소진 문제가 부각됐다. 최근엔 전쟁 장기화에 따라 널뛰는 국제유가 변동성을 고려해 주유소들이 가격 인하에 더욱 소극적인 곳이 적지 않다. 또 직영·일반주유소 등 운영 주체별로 개별 공급계약이 다르고 재고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가격을 묶어 2주마다 가격이 계단식으로 오르면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가격이 빠르게 반영되고, 하락할 때는 더디게 반영되는 비대칭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도 원유 등을 들여오는 원가 부담은 급등한 반면 판매가격은 제한되는 구조에 직면했다.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성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정유사의 시장 가격 결정 기능을 제약받으면서 배럴당 4~5달러 수준인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하거나 이를 하회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가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상단을 묶은 만큼 사후에 손실보전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보전 규모나 방식, 시기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은데다 정유사가 직접 입증책임을 해야 한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실 보전 규모를 국제유가 도입비용 대비 주요소 공급가를 비교해 책정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심해지기 때문에 나중에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비싼 가격에 들여온 스팟(단기) 물량의 제품가격이 낮아져 손실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가 텅 비어 있다. 리터당 210원 오른 가격으로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가격이 2천 원대 초반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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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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