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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함, 영국해협서 민간 요트에 경고 사격…"계속 오면 충돌"

와이트섬 남쪽 32km 공해상서 발포
러 "요트가 위험한 항로 택해…국제규정 준수"
英도 "충돌 방지 목적…요트, 피해 없이 항해 지속"

등록 2026-06-17 오후 12:49:19

수정 2026-06-17 오후 12:49: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군함이 영국해협에서 자국 함정 쪽으로 접근하던 영국 국적 민간 요트를 향해 경고 사격을 가했다. 최근 영국이 러시아 ‘그림자 함대’와 연계된 유조선을 차단한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러시아 해군 호위함 ‘어드미럴 그리고로비치’가 지난해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AFP)
1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영국해협을 지나던 러시아 호위함 ‘어드미럴 그리고로비치’(Admiral Grigorovich)가 영국 국적 요트 ‘브라이트 퓨처’(Bright Future) 앞쪽 수백야드 지점에 경고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영국 영해 밖인 와이트섬에서 남쪽으로 32km(2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함정이 군함에 근접할 수 있는 ‘위험한 항로’를 택하고 있었다”며 “무선으로 요트 승조원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요트가 항로를 계속 유지하자 주의를 끌기 위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요트가 ‘위험한 접근’을 멈추지 않고 약 150m 거리까지 좁혀오자, 호위함 함장은 “함정의 소형 화기를 사용해 요트의 항로를 향해 경고 사격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후 요트는 러시아 함정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호위함 그리고로비치는 국제 해상 규정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군함의 경고 사격은 영국 선박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항로인 영국해협을 통과하는 러시아 군함의 움직임은 평소 영국 당국이 일상적으로 추적·감시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사건 당시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영국 해군 초계함 머시함(HMS Mersey)이 그리고로비치를 밀착 감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국방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 함정은 동력으로 기동하는 것이 아니라 표류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변 선박에 보내고 있었다. 이 소식통은 이 때문에 러시아 함정이 스스로 더 취약하다고 느껴 경고 사격에 나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사된 것은 자동 연사가 아니라 단발 사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영국군이 영국해협에서 러시아 그림자 함대와 연계된 유조선을 사상 처음으로 차단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밝혔다. 다만 당국은 두 사건을 연관 짓지 않고 있다.

방성훈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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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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