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프랑스 국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정 악화와 대규모 반정부 시위, 내년도 예산안 처리 난항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외면한 결과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수준까지 국채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 | 파리 부르스 광장에서 ‘액션 저스티스 클리마트(Action Justice Climate)’ 소속 활동가들이 프랑스 다국적 은행이자 금융 서비스 지주회사인 BNP 파리바의 건물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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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와 독일 국채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이날 177.7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2011년 11월 이후 약 15년 만에 최대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1415%까지 올라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전 거래일보다 6.5bp 오른 5.06%에 거래됐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금리 격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 국채 매도세는 악화한 재정 여건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2027년도 예산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갈등까지 심화하면서 재정 건전성 개선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졌다.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4일 추가 시위에 대비해 경찰력을 증원하고 군 병력까지 배치하는 등 대규모 치안 작전을 예고했다.
경제지표 개선도 국채 매도세를 막지 못했다. 프랑스의 10월 산업심리지표가 개선됐지만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 가능성보다 정치·재정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프랑스 국채시장의 불안은 다른 유로존 국가로도 번졌다. 독일 국채 대비 벨기에 국채금리 격차는 110bp로 확대돼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123bp, 스페인은 70bp, 그리스는 106bp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7bp 하락한 3.34%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도 유럽 채권시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후티 반군의 추가 공격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2달러 넘게 상승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ECB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시장은 2027년 말까지 EC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하고, 세 번째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80%가량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 국채시장 불안이 확산할 경우 ECB가 개입할지가 관건이다. 안제이 슈체파니아크 노무라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시장 개입 문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국채시장의 불안이 다른 국가로 확산하고 통화정책 전달 기능까지 훼손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해야 ECB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럽의 위기 대응 능력이 과거보다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아다 지아니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제도적 기반이 15년 전보다 견고해져 공동 대응에 나서기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회의주의가 다시 확산하는 점은 위기 대응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