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로 급락한 국내 반도체주가 반등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강한 상승 사이클에 있지만 주가는 실적 대비 역사적 저평가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점에서다. 이달부터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축소되면서 ‘W자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다.
 | | 코스피가 미국 기술주가 급락한 여파로 3% 넘게 하락한 10월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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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에서 “현 시점은 W자 반등의 두 번째 바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주가는 우려의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돼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11~12월에는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괴리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W자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2027년 메모리 시장이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강력한 상승 사이클의 가속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을 제약하는 가운데 AI 추론 시장의 성장이 메모리 수요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범용 D램 가격은 올해보다 40%, 낸드플래시 가격은 3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 가격 상승률은 12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화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주가는 이익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KB증권이 추정한 2027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 3.0배, SK하이닉스 2.5배에 불과하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AI 산업의 과잉투자 우려에 대해서도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3년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미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설비투자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실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연결되는 수익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의 클라우드 사업 영업이익률은 40% 수준에 도달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의 연간반복매출(ARR)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실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공급능력이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AI 인프라 투자는 수요를 앞서간 과잉투자 단계가 아니라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AI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증설 단계”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에이전틱 AI의 상용화도 반도체 수요를 확대할 요인으로 꼽힌다. 에이전틱 AI는 이용자의 지시를 받아 작업을 계획하고 여러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 AI 챗봇보다 연산 과정이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많아 데이터 처리량과 메모리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인프라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대되면서 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AI 작업을 관리하고 데이터 이동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KB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긍정적(Positive)’을 유지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60만원, SK하이닉스는 350만원을 유지했다. 지난달 30일 종가 대비 각각 약 167%, 147%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2027년 영업이익은 640조원, SK하이닉스는 470조원으로 추정했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 공급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에 더해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 지속과 HBM 가격 정상화, 장기공급계약 비중 확대로 이익 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주주환원의 방향성이 명확해짐에 따라 수급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