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지만 실제 투자와 수출 등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증시 급락이 AI 산업의 구조적인 성장 둔화보다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조정이라는 평가다. 이달 미국 중간선거와 이란발 유가 불안, 프랑스 재정 리스크 등의 해소 여부가 증시 반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에서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공포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AI 투자 관련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이번 조정 역시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이전 사례와 유사한 조정으로 마무리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과 한국의 투자 지표는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올해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연율 20.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3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무형자산 투자를 나타내는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역시 8.4% 증가했다.
한국의 투자와 수출 지표에서도 AI 산업의 성장세가 확인된다. 국내 3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59% 급증한 56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9월 603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3분기 투자 증가율이 과거 데이터라는 점에서 평가절하될 수 있지만 10월 반도체 수출은 동행지표”라며 “AI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의 불안을 키운 AI 관련 기업들의 신용위험도 아직 위기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엔비디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 86bp(1bp=0.01%포인트) 수준에서 30일 기준 143bp까지 급등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기업들의 신용위험 지표에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AI 신용위험 논란을 촉발했던 코어위브의 CDS 프리미엄은 이전 고점을 밑돌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박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주가 조정과 CDS 상승을 AI발 신용위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양호한 매출과 영업이익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흐름도 반등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주가지수는 지난해 초 이후 세 차례 큰 폭의 조정을 겪었지만 이후 모두 반등했다. 이번 조정은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12.8%로, 앞선 세 차례 조정폭인 18.9~26.6%보다 작은 수준이다.
이달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도 투자심리를 되살릴 계기로 주목된다. iM증권이 1942년부터 2022년까지 21차례의 미국 중간선거를 분석한 결과, 선거 직전인 10월 말부터 이듬해 6월 말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예외 없이 상승했다. 평균 상승률은 16.6%에 달했다.
최근 증시 조정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조기에 종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관련 주가의 과열 부담이 완화된 점 역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증시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고유가와 고금리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진정되면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하는지가 중요하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 최근 4.9%대로 내려온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이달 중 각종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가 AI 투자 수익성 논란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유가와 고금리 현상이 해소되는지가 하이퍼스케일러 주가 흐름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