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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 둔감해진 시장…뉴욕증시 또 사상 최고치

이란 휴전 연장에도 호르무즈 긴장 지속
S&P500·나스닥 또 최고치…위험자산 선호 확대
기업 실적 80% 이상 기대 상회
반도체ETF 16거래일 상승…AI 랠리 지속

등록 2026-04-23 오전 5:47:45

수정 2026-04-23 오전 5:47:4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이란 휴전 연장과 기업 실적 호조가 맞물리면서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점차 ‘소화’하며 위험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05% 오른 7137.90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64% 상승한 2만4657.57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0.69% 뛴 4만9490.03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이달 들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2020년 이후 가장 강한 월간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휴전 연장 결정과 함께 시장 기대를 웃도는 기업 실적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협상 시한 이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재개 가능성을 시사해 왔지만, 전날 이란 내부 권력 구조의 분열과 협상 지연 등을 이유로 공격을 보류하고 휴전을 연장했다. 이는 전쟁 재확산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시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이틀 연속 하락했던 증시는 휴전 연장 소식 이후 빠르게 반등했다.

다만 중동 상황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일부 선박에 대한 공격과 나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이란 관련 선박과 항만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고 있어 양측 간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1.91달러로 전장보다 3.5%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92.96달러로 전장보다 3.7% 올랐다.

국채금리도 계속 꼬리를 들고 있다. 글로벌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5bp(1bp=0.01%포인트) 오른 4.307%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6bp 뛴 3.8%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슬레이트스톤 웰스의 케니 폴카리는 “현재 상황은 ‘차분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반응하지만, 결국 다시 펀더멘털로 돌아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역시 “휴전 연장과 긍정적인 실적이 결합되며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시장의 초점은 빠르게 기업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1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가운데 약 80%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기업 이익의 견조함이 확인되고 있다는 의미다.

개별 종목별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주가가 5.5% 상승했다. 발전·에너지 장비 기업 GE버노바 역시 매출이 기대치를 웃돌며 13.8% 급등했다.

장 마감 이후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또한 강한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장 마감 이후 7% 이상 급등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기대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업종이 시장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글로벌 기술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보고 있다. RGA인베스트먼츠의 릭 가드너는 “향후에도 협상 압박이나 부정적인 헤드라인이 이어질 수 있지만, 시장이 이에 일일이 크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와 기업 실적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슈로더스 역시 비슷한 시각을 제시했다. 슈로더스는 기업 이익 증가세와 인공지능 투자 확대, 그리고 미국 경제의 상대적 견조함이 맞물리면서 증시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대비 미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되면서 자금 유입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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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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