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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호르무즈 불확실성에 급등…美비축유는 43년來 최저

통항량 급감·이란 강경파 부상에 브렌트 86달러
美비축 2.9억배럴 '최저'…이란 사태 대응 여파
OPEC 7월 증산…여전히 팬데믹 수준 밑돌아

등록 2026-08-11 오전 1:40:06

수정 2026-08-11 오전 1:40:06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불확실성 속에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1983년 이후 4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원유 재고가 전방위로 압박받는 모습이다.

지난 2022년 9월 6일(현지시간) 러시아 사마라주 네프테고르스크 외곽에 위치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원유 안정화 시설에서 가스 플레어(가스 연소탑)가 불꽃을 내뿜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022년 9월 6일(현지시간) 러시아 사마라주 네프테고르스크 외곽에 위치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원유 안정화 시설에서 가스 플레어(가스 연소탑)가 불꽃을 내뿜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에너지부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PR은 전주 대비 610만배럴 줄어든 2억9870만배럴을 기록했다. 3억배럴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을 봉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이 벌어지자 SPR에서 1억7200만배럴을 방출하도록 지시했다. 이같은 방출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공조해 총 4억배럴을 시장에 풀기로 한 조치의 일환으로, IEA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기 전 SPR은 약 4억1500만배럴 수준이었다.

이날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브렌트유는 최근 3거래일간 5% 넘게 오르며 배럴당 86달러를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81달러 선을 넘었다. 이란과 오만 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협상이 좀처럼 타결되지 않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인근 정유시설 피격까지 겹치며 긴장이 고조된 영향이다. 친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 자잔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주장했고,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운영하는 유조선도 호르무즈해협에서 또다시 표적이 됐다.

이란은 주말 사이 협상이 “타결에 근접했다”고 밝혔다가, 10일에는 미국의 봉쇄 해제와 피해 보상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미 해군의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7일 호르무즈 해협을 상선에 개방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지만, 선박 항로를 둘러싼 무력 충돌이 벌어지며 곧바로 무산됐다. 이후 이란이 오만 해역을 지나던 유조선들을 공격하자 미국은 공습과 함께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악시오스에 미국이 이란과 “반쯤만 협상 중”이라며, 추가 공습보다는 해상 봉쇄로 이란을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통항량은 뚜렷하게 줄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이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걸 확인하려면 통항량이 늘어나는 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하루 통항 선박은 6월 MOU 체결 직후 약 14척에서 최근 5척 안팎으로 줄었다. 강경파로 꼽히는 모센 레자이 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이란 최고안보직에 발탁된 것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뚜렷한 상황 변화 신호가 없는 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90달러 사이에서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의 수요 둔화와 비축유 방출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 급격한 공급 부족 사태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쟁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산유국들의 증산도 확인됐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11개 회원국의 7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하루 117만배럴 늘어난 1985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2000년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이어지는 회복세로, 다만 여전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요 급감기 수준을 밑돈다. 이라크가 가장 큰 폭으로 증산했고 쿠웨이트가 뒤를 이었다. 이란도 수출을 늘렸으나 7월 중순 미국의 대이란 항구 봉쇄가 재개되면서 다시 출하가 둔화됐다. 사우디는 소폭 감산했고, 전쟁 영향을 받지 않는 리비아는 증산했다. OPEC+ 회원 7개국이 7월 증산에 합의했지만 중동 정세 탓에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선박 한 척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0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선박 한 척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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