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기업의 예산 관리와 매출 전망 등 엑셀에 의존해온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는 프랑스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글로벌 대기업을 잇따라 고객사로 확보하며 매출을 빠르게 늘리자 투자자들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 기업의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실제 고객 기반과 매출을 확보한 기업들이 투자시장에서 각광받는 모습이다.
 | | (사진=피그먼트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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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AI 스타트업 피그먼트는 최근 유럽 사모펀드운용사 EQT 등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3314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3억달러(약 3조500억원)다.
지난 2019년 설립된 피그먼트는 기업의 예산 수립과 매출 전망, 인력 운영 계획 등을 AI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여러 부서에서 자료를 받아 엑셀에 입력하고 직접 계산해야 했다면 피그먼트는 관련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분석하고 필요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기업이 내년 매출을 10% 늘리려면 직원을 얼마나 더 채용해야 하는지,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등을 AI를 통해 분석하는 식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경영 환경이 바뀔 때마다 여러 엑셀 파일을 수정하고 계산식을 다시 만드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피그먼트의 기술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피그먼트는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을 비롯해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 독일 산업기술 기업 지멘스, 미국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특히 로레알은 전 세계 9만5000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급여계획 시스템을 피그먼트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식품기업 다논과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피그먼트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고객사가 늘면서 회사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피그먼트의 연간 반복매출(ARR·구독형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은 올해 1억달러를 돌파했다. 1년 만에 매출 규모가 두 배로 커진 셈이다.
투자사들은 피그먼트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예산 편성과 실적 전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만큼 관련 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EQT도 피그먼트가 재무와 영업, 인력 계획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피그먼트의 이번 투자 유치는 최근 유럽에서 특정 업무에 특화된 AI 스타트업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기업들이 AI를 문서 작성이나 자료 정리뿐 아니라 재무관리와 법률 검토 등 전문 업무에 도입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실제 기업 수요를 확보한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