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석유 빼고 모든 산업을 육성한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다양한 기업이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정부가 지원하기에 성장 모멘텀이 클 수밖에 없다.”
걸프협력회의(GCC·중동 6개 산유국) 국가들이 펼치는 ‘경제 다각화’ 정책의 핵심 분야가 무엇인지 묻자 현지 정부기관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중동은 금융, 인공지능(AI), 친환경 등 다방면 섹터에서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고자 매년 조 단위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중동 주요 국부펀드가 굴리는 자금만 7600조원이 넘는 만큼 실탄도 두둑하다. 오일머니가 흐르는 곳을 주목하며 국내 투자업계도 길목지키기에 나섰다.
25일 글로벌 국부펀드(SW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운용자산(AUM)은 13조달러(1경8604조원)로 전년대비 11%(1조300억달러) 늘었다. 이 중 GCC 국부펀드 규모가 5조3300억달러(7627조원)로 41%에 달했다. 전년 4조1000억달러와 비교해 30% 늘어 성장속도도 가팔랐다.
국가별로 UAE에서는 아부다비투자청(ADIA) 1조 1090억달러(약 1610조 3789억원), 두바이투자청(ICD) 3600억달러(약 523조 1520억원), 무바달라 3300억달러(약 479조 5560억원), 아부다비국영지주회사(ADQ) 2480억달러(약 360조 3688억원) 순으로 자금이 형성됐다. 사우디는 PIF가 9250억달러(약 1344조 1175억원), 카타르에서는 카타르투자청(QIA)이 5100억달러(약 741조 810억원)의 AUM을 굴리고 있다.
이처럼 중동지역 국부펀드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비단 오일머니 덕분만은 아니다. 중동 국가들이 비석유 부문 투자와 개발에 나서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자 국부펀드 곳간도 점점 불어나는 것이다. 실제 영국 월드이코노믹스(WE)에 따르면 중동 빅3 경제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의 최근 3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4%, 5.6%, 2.6%였다.
중동 국가 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헬스케어 △디지털 에셋 분야를 주목하면서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동에서 기회를 찾는 글로벌 IB 업계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IB 업계 역시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중심이 돼 중동에서 합작법인(JV)을 세우거나 현지 투자사들과 공동운용(Co-GP) 펀드를 결성하는 등 오일머니 조달에 성공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군침을 흘리는 모습이다. 국내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국내만으로는 부족해 해외 출자자(LP) 자금을 확보하고자 눈여겨보던 터였다”며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자금을 풀기를 꺼리는 LP들이 상당한 데 자금 조달의 또 다른 기회가 될까 싶어 올해부터 접촉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