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정부가 호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발전 설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망의 유연성’과 ‘안전’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호남권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을 갖췄지만, 대규모 전력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송전망과 변전소를 적기에 확충하고, 전력 품질과 계통 안정성을 뒷받침할 기술·운영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 연속성·품질’ 중요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연구원장은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한국전력공사 주최로 열린 BIXPO 2026의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미래 전력인프라 포럼’에서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 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연구원장이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미래 전력인프라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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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과 광주가 통합특별시로 출범하고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호남권(서남권)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축이 돼서 총 800조원을 투입한다.
전남·광주통합시 등 호남권 반도체 생산 거점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4기(삼성전자 2기, SK하이닉스 2기)를 추가로 건설한다. 정부는 오는 2028년 착공, 2029년 첫 공장 완공, 2030년 6월 첫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원장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이 지역에 오겠다고 판단했을 때는 정치권의 설득만으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인 만큼 전남·광주가 사업을 하기에 가장 나은 지역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 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기 에너지”라며 “기존 전력을 수급하기에도 이 지역이 가장 좋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그 준비를 어떻게 해놓고 만들어갈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대규모 투자사업인 만큼 전력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800조원이 넘는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10조~20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10조~20조원을 아끼려고 800조원 규모의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절히 지원한다면 사업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 연속성·품질’ 중요문채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군에너지전환연구센터장은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화와 호남권 전력 인프라 현황을 짚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춘 전력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센터장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해 “2030년까지 100GW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중앙집중형 전력망을 분산형으로 바꾸며, 유연성과 안정도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전력망이 안정화될 수 없다”며 “중간중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설비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과 원자력발전소, 군부대를 전력 공급 중단이 허용되기 어려운 시설로 꼽았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정밀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의 연속성’ 뿐 아니라 ‘전력 품질’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정밀 기기를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이 강하지만 전압 상승도 잡아줘야 한다”며 “전기가 끊어지면 안 되는 곳은 원자력발전소와 군부대, 반도체 공장”이라고 말했다. 전압 변동을 보상하는 설비와 기술을 통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호남권의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은 강점이지만, 이를 수요처로 연결하는 송전망 확충은 쉽지 않은 과제로 지목됐다.
문 센터장은 “호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을 활용한 송전망 확충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 협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일이 사업 기간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센터장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허락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안정성 문제도 과제로 꼽았다. 태양광·풍력 등 인버터 기반 발전원이 늘어나면 기존 동기발전기가 제공하던 관성 기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센터장은 군부대 마이크로그리드에도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를 형성하는 그리드포밍(GFM) 인버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부대도 전시나 재난 때 전력이 끊어지면 안 된다”며 “군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현재 스마트 인버터가 들어가고 있는데, 사업이 준공된 뒤에는 그리드포밍 인버터로 교체할 수 있도록 조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