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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넥스트는 없었다…현실화된 손실에 VC 생태계 비상

[유니콘의 그림자] ②
줄줄이 흔들리는 유니콘 후보들
수백억 베팅했던 VC도 수익률 쇼크
손실 반영 앞두고 장부 딜레마 '진땀'
"유동성 버블 시기 고밸류 반영된 결과"

등록 2025-07-22 오후 9:21:04

수정 2025-07-22 오후 9: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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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07월 22일 21시 21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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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넥스트 유니콘’을 꿈꾸며 수백억원을 베팅했던 벤처캐피탈(VC)들이 회수의 문턱 앞에서 고심에 빠졌다. 정육각, 왓챠, 발란 등 대형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거나 회계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수년 전 조성된 주요 벤처펀드들도 손실 처리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수년간 유니콘 발굴을 외치며 공격적으로 결성된 벤처펀드들이 정작 회수 국면에 접어든 지금, 대형 피투자처의 줄도산으로 ‘수익률 쇼크’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당수 VC는 여전히 손실 반영을 미루는 분위기다. 상환 가능성, M&A 추진 여부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시계제로’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생 신청 줄잇자…VC 장부 ‘직격탄’

예비 유니콘으로 기대를 모았던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4일 회생 개시 결정을 받은 정육각은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유통 구조를 단축한 ‘초신선 육류’ 모델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2022년에는 NH투자증권, 산업은행, 프리미어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47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유기농 전문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난해엔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100억원을 추가 유치했고, 초록마을 지분을 담보로 신한캐피탈에서 300억원 규모 브릿지론까지 끌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육각에 투자한 한 VC는 이미 투자금 전액을 감액 처리했으며, 다수 운용사들도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발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누적 투자유치액이 885억원을 웃도는 발란은 2020년대 초반 유니콘 후보로 평가받으며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주요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발란은 팬데믹 호황기를 거쳐 3000억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지난 3월 회생을 신청했고 이후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300억원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왓챠 역시 전환사채 490억원 만기 연장 협상이 무산되고, 최근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채권자 주도로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회생 개시 전 외부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자산으로 잡힌 VC 장부에서 손실 반영이 불가피해진다.

이밖에도 글로벌 농산물 유통 스타트업 트릿지는 지난 2022년 DS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원을 유치했지만, 계속된 영업적자 끝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해당 투자금은 전액 손실 처리됐다.

‘0원’ 된 투자자산…수익률·펀드 결성까지 타격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리즈C 이후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고성장 기대주들이었다는 점이다. 한때 ‘다음 쿠팡’을 외치던 VC들이 이제는 해당 자산의 평가 손실 앞에서 진퇴양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산 손실이 단순히 회계상의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전액 감액이 이뤄지면, VC의 주요 수익원인 관리보수가 줄어들고, 펀드 수익률 자체가 악화돼 향후 펀드 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VC 관계자는 “회생 개시 전까진 상환 가능성을 이유로 평가 손실을 유예할 수 있지만, 회생 절차나 감사 의견 거절 등 외부 이벤트가 발생하면 손실 인식을 피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유한책임출자자(LP)들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손실 반영 유예? LP 신뢰 무너지면 더 큰 손실

일각에선 손실 반영을 늦추기 위해 평가 기준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기 보고서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산은 아직 회생 전이고, 인수 협상 가능성도 있다”는 논리로 평가손을 유예하는 운용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산에 대해 평가 손실을 회피하는 건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VC들은 ‘손실을 인정할 것인가, 재기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릴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놓였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손실을 반영해 수익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최근엔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이 많아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특별한 기술 없이 마케팅 비용으로 외형만 키운 플랫폼 기업과,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시장 적용까지 시간이 필요한 기업은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조정이나 회생 지원 여부 역시 이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2021년은 국내외 벤처시장이 유동성에 기반한 버블이 컸던 시기로, 당시 조성된 펀드들은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았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 나타나는 투자 손실은 당시 사이클의 정점에 투자한 결과일 뿐, 산업 생태계 자체가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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