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열중하는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다수 관계자는 “정국 불안을 이유로 국내외 출자자(LP)들의 지갑이 닫혀 힘들었지만, 이제 관련 정책을 이끌 수장이 정해져 안심”이라면서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조건이 강화될 전망이라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들은 이제 IB 업계에서도 글로벌 공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이를 보조할 정책들이 정권 초기에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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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내외 IB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국내 벤처생태계 강화를 중심으로 벤처투자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국내 기업 육성과 고용 증가를 핵심성과지표(KPI)로 삼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동에서 사업 중인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확장을 준비 중인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와의 연결고리나 자금 지원 강도가 이전보다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여러 정치인이 거론되는 가운데 외교통상부 출신이었던 오영주 장관만큼 글로벌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인물이 새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오 장관은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면서 재외공관 중소·벤처기업 지원 원팀 협의체를 만들거나, 해외 국가들과 장관급 협의체인 중소벤처위원회를 만든 바 있다.
이재명 정부가 현재까지 내놓은 글로벌 관련 정책은 업계가 바라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 진출)보다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진출)에 치중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실현’을 벤처투자시장 관련 공약을 내놨다. 이때 글로벌 정책으로 내놓은 게 글로벌 모태펀드 설립이다. 해외 투자자의 국내 벤처투자 참여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매칭 펀드 형태로 정책자금을 높은 운용보수로 얻어가는 대신 한국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 다양한 글로벌 VC가 진입하기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IB 업계 한 관계자는 “가뭄에 콩 나듯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해외 VC 펀드에 집행하는 편이라 글로벌 대형 VC가 조금씩 자금을 타가는 수준”이라며 “결국 해외 VC들이 타겟으로 삼는 곳들은 국내 패밀리 오피스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혹은 기업 고유 자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벤처투자시장에 대한 공약만 공개된 상태고,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국내 VC들의 해외 공략과 파생된 지원과 정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VC 한 고위임원은 “내수시장에 한계를 느낀 VC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때 단일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이나 일본 시장을 잡아야 하는데 개별 VC로는 현지 사회에 녹아들거나 경쟁하기 힘든데 다양한 정부기관이 같이 해외로 나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벤처·스타트업과 M&A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글로벌 진출과 투자 늘고 있는데 현지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은 아직 부족하다”며 “국내 운용사(GP)가 알짜 딜(deal)에 참여하기 쉽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제대로 된 결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권 초반인 지금,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