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잘 관리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여기(스튜어드십 코드)에는 기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만 담겨있다.”
17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말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는 국민을 안심시킬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 즉 알맹이가 빠졌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방안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등 ‘경영참여’ 활동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현재와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는 안”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민연금이 내놓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놓고 전문가의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다.
분과한 수탁자책임전문委…주주권행사와 책임투자는 ‘동전의 양면’토론회에서는 주주권행사와 책임투자 분과로 확대·개편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총 9인)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2개 분과(주주권행사 분과, 책임투자 분과), 총 14인 이내로 구성된다.
정용건 연금행동집행위원장은 “주주권과 책임투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재무적인 부문과 비재무적인 부문을 분리해서 보기 어렵듯 주주권과 책임투자를 분리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위원 자격을 법률·경제·경영·금융 관련 분야 박사학위 가진 자로서 연구 및 공공기관 5년 이상 재직 경력자라는 요건을 내세웠다”며 “주주권 판단에 자격이 너무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황인학 수석연구위원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로 안심하라는 식은 안된다”며 “무엇보다 수탁자책임위 책임성 강화 조치로 위원 의무·준수사항을 구체화한 서약서 제출은 너무 느슨하다. 근본적으로 독립성을 담보할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민경 연구우원은 “수탁자책임위 분과는 주주권과 책임투자를 구분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이다”며 “위원회 자격을 민간 전문가로 내세운 것 또한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탁자책임위 내부 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약서를 받고 끝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절차를 이행하도록 내부 통제를 엄격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위탁사에 가점…“국민연금 눈치만”위탁운용사도 의결권행사 등 충실한 수탁자 책임 활동을 하도록 선정·평가 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이행 여부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경종 한국투자신탁운용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위탁사 가점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며 “현재 자산운용사가 200개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150여 개는 전문 사모펀드사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가점은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인학 연구위원은 “위탁사에 가점을 주면 그들은 국민연금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며 “위탁사에 의결권을 위임한 데도 국민연금이 가점을 주는 한 같이 움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와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지침만 내려주고 나머지는 위탁사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건 위원장은 “자본시장에서 운용사는 생태계 말단에 있다”며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줘서 행사하겠다는 안은 실현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금산분리가 안 돼 있고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이므로 이해상충의 문제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보수도 주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민경 연구위원은 “위탁사 선정평가 기준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필수 요건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는 고객과의 약속이다. 고객이 누구를 택할지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영향력 봤을 때 위탁사 의결권 위임은 옳다와 그르다가 아니라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며 “다만 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서 범위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기상조’”알맹이 빠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지적까지 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며 “일반 투자자 모두 해당하는데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만 보호하는 방향이다. 이대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되고 운용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에 헤지펀드로부터 회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용건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집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핵심 사항은 포함해야 한다”며 “최소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찬진 변호사도 “주주제안은 최소한 2021년부터는 이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경일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이번 방안이 최종 확정이 아니다”며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기금위 위원들에게 보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오는 26일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