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소진할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 빠진 모태펀드 운용사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3000억 규모 펀드 조성 중
스틱, HB인베스트먼트 등도 최소결성금액 뛰어넘어
VC업계, "펀드 조성이 아니라 펀드 소진이 걱정"
등록 2017-12-21 오후 7:02:32
수정 2017-12-21 오후 7:02:32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모태펀드 위탁운용사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펀드 조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최소 결성액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을 마련한 벤처캐피털(VC)까지 등장하면서 펀드 조성보다는 소진이 걱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VC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중이다. 최소결성금액이 14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자금 모집에 성공한 것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역시 최소결성금액인 785억원을 뛰어넘는 1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중견 VC인 HB인베스트먼트 역시 750억원을 모집해 최소결성금액의 25% 이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중견 VC의 경우 보통 최소결성금액에서 100억~200억원 가량 더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순조롭게 펀드 조성 중이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48곳의 벤처캐피털(VC)들이 3차 정기 모태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VC업계에서는 펀드 조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위탁운용사 수에 비해 출자할 유한책임투자자(LP)의 숫자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위탁운용사가 선정된 지 두 달 만에 절반이 넘는 VC가 사실상 펀드 매칭을 마무리 지었을 뿐 아니라 조성한 펀드 규모도 예상을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펀드 결성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다. 노란우산공제회가 모태펀드와 매칭해 VC 투자를 진행하는 등 벤처 육성에 힘을 쏟는 정부 기조에 기관들이 동참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전체 모태펀드 결성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VC업계에선 펀드 조성이 아니라 펀드 소진에 관한 고민이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리즈A나 시리즈B 단계 투자는 보통 5억원에서 20억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된다. 5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한 VC라면 단순 산술 계산으로도 25곳에서 100곳의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수익 모델을 갖췄거나 성장 전망성이 큰 투자처가 많지 않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시리즈D(100억원 규모) 이상의 투자처를 꾸준히 발굴해야 해야 소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리즈D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투자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VC는 더 큰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음에도 소진이 부담돼 예상보다 일찍 펀드 조성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모태펀드 위탁운용사에 선정된 한 대규모 VC관계자는 “펀딩에 참여하고 싶다는 투자자들이 줄 이었지만 펀드 규모가 커질 경우 소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정중히 거절했다”며 “내년에도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돼 투자처를 물색하는 데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투자처들도 과평가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