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미국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 펀딩 규모를 줄여가는 가운데 그간 후한 점수를 주던 여성 주도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여성 스타트업 투자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면서 ‘투자 업계에서도 유리천장이 깨질 것’이라고 전망돼왔던 것과는 상반되는 기록이 집계돼 업계 관심이 쏠린다.
 | | 2016년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여성 주도의 스타트업에 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온 VC들이 올해 1분기에는 그 규모를 소폭 줄였다./ 사진=피치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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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미국 VC들의 투자 규모가 지난해 4분기 대비 26% 줄어든 가운데 여성 창업자 주도의 스타트업 투자는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이 투자 업계에서 완벽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여성 주도의 스타트업만 놓고 보면 미국 VC들은 올해 1분기 163건의 스타트업 딜에 14억7000만달러(약 1조8019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22억2400만달러(약 2조7310억원, 257건)의 투자금이 몰린 지난해 4분기 대비 34% 줄어든 규모다. 전년 동기(16억5300만달러,187건)와 비교해도 10% 이상 줄었다.
올해 1분기 미국 VC들의 투자를 유치한 여성 주도 스타트업들은 패션과 프롭테크, 푸드테크, 디지털 미디어 등 다양하다. 예컨대 가수 리한나가 설립한 여성 란제리 업체 ‘새비지X펜티’는 지난 1월 뉴버거버먼과 L캐터튼 등 다수 투자사로부터 1억2500만달러의 시리즈C 투자금을 유치했다. ‘보디 포지티브(나의 몸을 긍정하는 것)’를 모토로 내세운 새비지X펜티는 인종별 피부색과 체형(사이즈)을 망라하는 속옷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 프롭테크 스타트업 알프레드는 지난 2월 리알토캐피탈 등으로부터 12억5000만달러를 유치했고, 가상현실을 활용한 식습관 개선 소프트웨어 개발사 이큅은 체르닌그룹 등으로부터 5억8000만달러를 유치했다.
미국 VC들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쉬코노미’ 현상 등으로 그간 여성 창업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실제 미국의 대형 VC들이 지난해 1분기 투자한 기업 중 30% 이상은 여성과 흑인이 주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유리천장을 해소하려는 시도도 포착됐다. 나스닥은 앞서 2020년 말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등을 이사진에 반드시 포함하는 내용의 상장사 가이드라인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세계 경기가 불안정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여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동향 등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투자사와 창업자 모두가 당분간은 큰 숙제를 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그비즈니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아직 업계 내 의사결정자(심사역)와 창업자 모두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고, 여성 창업자에 대한 업계 편견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VC가 여성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 비율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경기 흐름이 불안정하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성 창업자들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강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투자사들은 투자 분야뿐 아니라 대상을 다양화하는 것이 큰 숙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