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주택시장의 진짜 문제는 미국에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부족할 것이라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작년 9월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국책 부동산 담보대출 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 주택 시장에 필요한 주택은 1억5070만가구로 추산되는 반면 현재 주택 재고는 1억4700만가구에 그쳐, 370만가구가 부족한 상태다.
 | 멀티패밀리 (사진=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 기업 CB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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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은 반면 주택은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부동산 투자의 ‘다크호스’로 미국 멀티패밀리(다가구주택)가 주목받고 있다.
멀티패밀리는 한 소유주가 건물 전체를 소유하고 개별 호수(유닛)를 임대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다가구주택’과 유사하다. 미국에서는 ‘아파트먼트’라는 단어와 혼용해서 쓰인다. 이 아파트먼트(임대주택)는 기관이 투자하는 주택 자산군으로 오피스 등 일반적인 상업용부동산과 대출과 운영구조가 유사하다.
멀티패밀리는 지난 2022년 당시만 해도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단기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이 부실화됐었다. 실제로 2022년부터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 체트리트 그룹,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등이 투자한 미국 내 멀티패밀리에 대출 부실화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오피스처럼 자산의 투자 매력이 근본적으로 훼손됐기 때문이 아니라, 조달금리 상승으로 임대수익과 비용 등 현금흐름에 일시적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작년 미국 전체 상업용부동산 투자에서 멀티패밀리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36%로 가장 높다.
미국의 작년 한 해 멀티패밀리 투자규모는 19% 증가한 1426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투자규모는 434억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59% 증가했다.
 | 미국 멀티패밀리 공실률 추이 (자료=CB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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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작년 4분기 멀티패밀리에 대한 임차 수요가 신규 공급을 앞지르면서 공실률은 4.9%로 떨어졌다. 이는 장기 평균 공실률인 5.0%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월평균 임대료는 2176달러로 전년대비 0.5% 올랐다.
해외 투자자들이 멀티패밀리에서 디폴트 사례를 겪었는데도 여전히 멀티패밀리에 투자하는 이유다. 블랙스톤은 작년 3월 미국 애틀란타 내 473가구 규모 멀티패밀리인 엘링턴 미드타운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으로부터 1억3000만달러(약 1888억원)에 매입했다.
브룩필드자산운용 자회사 브룩필드 프로퍼티스는 작년 11월 블랙스톤 리얼에스테이트 투자신탁으로부터 멀티패밀리 포트폴리오를 8억4500만달러(약 1조2343억원)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