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오는 23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탈석탄 전략’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이 작년 5월 ‘탈석탄 선언’을 한지 1년여가 지났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서다.
또한 국민연금은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전력공사 지분을 확대할 계획을 밝혀 ‘탈석탄 기조’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이번 위원회에서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할 안건이 올라올지 업계 관심이 높다.
 | | 전라북도 전주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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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산업 투자배제 기준 마련중…매출 30% vs 50%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다. 국민연금은 작년 5월 탈석탄을 본격 선언했다. 현재 석탄채굴·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구체적 투자 배제 전략)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을 토대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섹터·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나 펀드 구성에서 배제하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예컨대 무기, 담배, 핵에너지, 외설물, 도박, 주류 사업을 하거나 노사관계·환경보호 등에 소홀한 기업을 배제하는 경우다.
배제하는 기준은 투자대상 기업의 총 매출이나 총 수익에서 배제 대상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고려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또는 ESG나 국제규범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883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위 규모 연기금이다. 또한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의 6.3%(작년 말 기준)를 보유한 큰손인 만큼 국내외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탈석탄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석탄산업 투자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딜로이트안진에 관련 용역을 맡겼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 4월 기금위에 최종 연구결과를 보고하면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1·2안은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고, 3안은 그 기준을 50%로 완화한 안이다. 1·2안은 ‘매출 비중 30%’인 점은 동일하지만 정성적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기금위는 현재까지 보고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화력 비중’ 높은 한전 지분 확대…“아직 시작 단계”다만 최근 국민연금은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전력공사 지분을 늘리기로 결정해 다소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서 이를 ‘탈석탄 전략’과 배치되는 행보로 받아들여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6월 9일 한국전력 주식 2207만1416주를 추가 취득하겠다는 내용의 ‘대량주식취득승인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냈다. 한국전력은 자본시장법상 공공적 법인으로 국민연금이 3%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거쳐야 한다.
 | | (자료=국민연금 대량주식취득승인신청서 일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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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한전 주식 취득 예정기간은 승인일로부터 3년이다. 취득예정 주식수 및 소유비율은 취득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최대 취득 한도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한국전력 지분율은 지난 6월 9일 기준 6.56%에서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한전 지분율은 지난 6월 30일 6.73%로 같은 달 9일(6.56%)보다 늘었다. 이를 보면 한전 주식을 이미 추가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율은 단기에 변동할 수 있고, 2025년에 또 신고해야 한다”며 “지분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최대 ‘한도’를 10%로 한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수소경제 활성화 기술개발 사업,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탈석탄 기조’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전력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화력발전부문 매출(17조8471억원)이 전체 매출의 31.7%를 차지해서다. 전기판매부문(54.9%)보다는 비중이 낮지만 원자력발전부문(8.9%), 기타부문(4.5%)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비중이다.
 | | (자료=한국전력공사 반기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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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국민연금이 딜로이트안진의 1·2안대로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한국전력 지분 확대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그 기준을 50%로 완화한 3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번 기금위에서 탈석탄 관련 의미있는 안건이 논의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이 딜로이트안진의 컨설팅을 받은 것은 ‘출발점’일 뿐이어서다. 현재 실무진에서 추가 실행 절차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제한 대상 산업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고, 어떤 단계로 실행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며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다룬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