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오는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오는 30일 900억원 규모 만기 10년짜리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대표주간사는 KB증권으로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 공모희망금리는 연 4.6~5%다. 수요예측과 추가모집에서 물량을 모두 채우지 못하더라도 주간사가 잔액을 모두 떠안는 구조다.
동부생명도 연내 영구채 또는 후순위채를 사모로 발행해 1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KDB생명도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증자에 앞서 추가 자구안을 시행하라는 입장이다. 앞선 지난 5일 흥국생명은 약 5400억원(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줄을 잇는 이유는 새 회계기준 도입 때문이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 부채(빚)이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된다. 원가가 시가로 평가되면 과거 고금리에 팔았던 계약들의 부채가 기존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자본 건전성 기준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RBC비율은 150%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RBC비율은 161.3%이며 동부생명의 RBC비율은 188.14%다. KDB생명은 128%, 흥국생명 162.2%다. 대부분 금융감독당국의 권고 수준을 조금 웃돌거나 밑돌고 있기 때문에 자본 확충을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매각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모그룹인 롯데그룹이 지난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재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23.6%의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 2년 내 지분을 처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의 허락 아래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전신은 1946년 설립된 대한화재해상보험이다. 2008년 2월 3500억원에 호텔롯데에 팔렸고 같은 해 3월 사명이 롯데손해보험으로 변경됐다.
KDB생명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펀드 만기를 연장하면서 내년으로 재매각 작업이 넘어갔다. 산업은행은 내년 2월 만기를 앞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지분 60.35% 보유)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지분 24.7% 보유) 등 두 개 펀드의 만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에도 두 펀드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사전 조치로 해석되지만 매각작업을 앞둔 보험사의 경우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