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벤처투자 시장이 혹한기를 지나면서 투자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신규 벤처캐피탈(VC) 등록은 단 10개에 그치며 2023년 19개, 2022년 42개에 비해 급감했다. 동시에 말소된 VC도 7개에 달해, 업계 내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벤처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에는 신규 VC가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투자 한파 속에서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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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운영중인 벤처투자회사는 총 249개로, 2023년 246개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신규 등록된 VC가 10개에 불과한 반면 말소된 VC가 7개에 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새로운 VC 설립이 주춤하고, 기존 VC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벤처투자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2020년 21개였던 신규 VC는 2021년 38개, 2022년 42개까지 증가했으나, 2023년 19개로 급감하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VC 신규 진입이 사실상 막힌 상황으로 해석된다.
VC의 퇴출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말소된 VC 수가 거의 없었으나, 2023년 4곳, 2024년에는 7곳이 말소되며 시장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무분별한 신규 VC가 난립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이 활황일 때는 시장 논리보다 유동성이 먼저 작용하면서 많은 VC가 탄생했다”며 “하지만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생존 가능한 투자사와 그렇지 않은 투자사가 나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VC들은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신규 투자 재원이 줄어들면서 운용사들도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신규로 결성된 벤처투자 조합 수는 286개로, 2022년 380개, 2023년 290개에 비해 감소했다. 총 약정금액도 5조7,5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4% 줄어들었다.
벤처투자 혹한기는 단순한 시장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벤처투자 시장이 더욱 신중한 투자 기조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지금은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니라, 벤처투자 시장이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이라며 “무조건적인 투자 확대보다 신뢰할 수 있는 운용사들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