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홈플러스가 17곳 임대점포 임대인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회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임대인들이 홈플러스가 요구한 임대료 인하를 받아들이면 투자자에 대한 이자 및 배당 지급이 어려워진다.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 투자자 뿐 아니라 임대점포 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MBK가 경영 실패 책임을 지기 위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임대료 낮추면 임대인, 이자·배당 지급 ‘난관’20일 업계에 따르면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는 임차료 조정 협상에 실패한 17개 점포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 홈플러스 전경 (사진=홈플러스) |
|
홈플러스가 법원에 계약 해지를 신청한 점포는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대구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 감만 등 17개 지점이다.
홈플러스는 전체 126개 점포 중 68개 임차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점포와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이미 폐점이 확정된 점포 7개를 제외한 총 61개 임차 점포의 임대주들과 임대료 조정 협상을 진행해왔었다.
이번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17개 임차 점포는 임대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곳들이다. 이 17곳을 제외한 나머지 점포들은 임대인이 홈플러스에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깎아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곳이다.
홈플러스 측이 요구한 임대료 인하 폭은 20% 정도로 전해졌다. 다만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하를 받아들이면 이자 및 배당 지급이 어려워져 대주단, 투자자들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다.
홈플러스 점포를 자산으로 담고 있는 부동산 펀드 또는 부동산 투자회사(리츠·REIT)로는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 △제이알제24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케이비사당·평촌리테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대한제2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이 있다.
해당 펀드·리츠들은 홈플러스에서 임대료를 받아서 대주단에 이자를 내고,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홈플러스로부터 받는 임대료가 줄면 펀드·리츠들은 임대료 하락으로 배당재원이 줄고 수익률도 떨어진다. 또한 홈플러스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률로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낮아지면 자산가치도 하락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주단 ‘손실’…“대주주 MBK, 책임 떠넘기기”게다가 임대인들은 대주단에 매달 일정액의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임대료 수익이 줄어들어서 이자지급이 어려워질 경우 임대인은 대주단을 소집해서 이자를 감면 또는 지급일정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 김병주 MBK 회장 (사진=연합뉴스) |
|
홈플러스 점포에 투자한 투자자들과 대주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시선은 다시 대주주 MBK로 향한다. 대주주로서 홈플러스 경영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것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와 MBK 측이 납품업체와 임대인,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홈플러스와 MBK가 지난 3월부터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임대료 감액을 임대인 측에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출자 또는 주주 우선책임 원칙에 따른 주식 소각 등 경영 실패 책임이 있는 자의 자구책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업회생을 위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자 임대인들에게 임대료 협상을 하자고 요청했다”며 “협상을 안 한 임대인들에게는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하로 이자지급이 어려워진다면 (우리 회사에) 임대료 인하율 조정을 제안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등 방법이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임대료 협상 요청에 답하지도 않고, 협상 기간을 연장하지도 않은 곳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