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올해는 다를 것’
보릿고개를 지나온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해 모건스탠리가 ‘2023년 M&A 아웃룩’ 보고서에 실은 말이다. 지난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회복세에 접어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이번에는 빠르게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점론(M&A 매물 대부분이 최저 몸값에 도달해 기회를 잡기에 적기라는 의견)’을 두고 자본시장 안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올해 시장에 활기가 돌지 관심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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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올해 자본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전망한 주요 이유로 △넉넉한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토대로 사모펀드(PEF)운용사 등이 중소형 및 빅딜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국내뿐 아니라 크로스보더 M&A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한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이 활성화됐다는 점을 들었다.
우선 모건스탠리는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지난해 M&A가 둔화했지만, M&A에 대한 논의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M&A 시장에 휘몰아쳤던 역풍이 완화되고 있다”며 “M&A를 통해 경쟁력 및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의지는 여전하기 때문에 몇 분기 안으로 시장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기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이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대폭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셀사이드(sell side)와 바이사이드(buy side)간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지금을 적기라고 판단하고 곳간 여유자금을 풀 것으로 봤다. 핵심사업 강화 차원에서 밸류가 뚝 떨어진 현 시점을 100% 활용해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주춤했던 헬스케어와 IT, 에너지 분야 딜이 두드러지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에너지 분야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상당한 자금을 손에 쥔 에너지 기업들은 중견기업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에너지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에 발 맞춰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탄소포집 기술 연구 기업 등을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대급 규모의 드라이파우더를 확보한 글로벌 PE들의 활약도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PE들은 경기 변동에도 펀드 자금 소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집행해왔다”며 “지난해 농사를 거른 덕에 드라이파우더가 넉넉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M&A 활동에 나서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회사 매각 요구를 비롯한 M&A 캠페인도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M&A는 행동주의 투자에 있어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통상 회사 내 매물 가치가 있는 비핵심사업은 분사시키고 새로운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고는 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미국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며 “특히 M&A 캠페인 수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 대비 14% 증가했다”고 전했다.
장기간 지속된 미·중 긴장 국면과 대내외적 불안정성 등으로 위축됐던 크로스보더 딜도 향후 2년간 서서히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투자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강달러 기조로 당분간은 내수 거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달러가 진정되면서) 국경간 거래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