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한국은행은 2000년대 들어 잠재부실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완화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저금리 차입에 연명하는 잠재부실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4만4902개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외부감사 비의무대상 기업은 2008년 기준) 잠재 부실중소기업의 비중은 7.7%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 3.8%보다 약 두 배 높다.
여기서 잠재부실기업이란 ▲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 2년 연속 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한 기업 ▲ 외부감사 결과 계속기업 존속의문 사유로 부정적 감사의견을 받거나 감사의견 제시가 거절된 기업 가운데 업력이 5년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2000년대 들어 만성적인 외부차입을 통해 현금흐름 악화를 보전하는 잠재 부실중소기업이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는 그동안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큰 외감기업 중 잠재부실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4.1%로, 비외감기업의 잠재부실기업 비중(6%)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잠재 부실중소기업들의 경우 정상기업보다 과다한 부채를 보유해 차입금 의존도와 금융비용부담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잠재부실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52.8%로 정상기업(33.4%)보다 높았고 금융비용부담률도 6.9%로 정상기업(1.8%)을 크게 웃돌았다.
한은은 "영업환경 악화 등 실물적인 요인 외에 과다한 외부차입 등 금융적인 요인이 잠재부실기업 증가에 크게 기여해 왔음을 시사한다"며 "금융기관이 기업 영업실적보다 담보 위주로 여신을 취급해 외부차입으로 연명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후에 상당기간이 지나 성숙단계에 접어든 기업에 대해서도 신용보증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장기간 보증을 받는 기업이 많은 점도 잠재부실기업 퇴출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각종 중소기업 금융지원 제도를 창업기업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또 "통화정책 면에서 완화 기조가 지나치게 장기화될 경우 저금리 외부차입에 의존해 연명하는 잠재 부실중소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